brunch

라이킷 7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택경 Jul 06. 2018

플랫폼은 인위적으로 될수 없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플랫폼이 되기를 꿈꾸지만, 플랫폼이 된다는것은 결코 쉽지도 않고 인위적으로 플랫폼이 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죠.

1) B2C 서비스의 경우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킬러서비스가 자연스럽게 플랫폼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처음부터 플랫폼을 지향하기보다는 킬러서비스가 되면 플랫폼화 되는 것이죠.

- 포털의 경우 다음은 한메일/카페 두가지 킬러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였고 이후 포털화 되었습니다. 네이버는 검색서비스가 초기의 킬러서비스였고 역시 다수의 검색 사용자를 확보한뒤 이를 기반으로 포털화 되었죠.

-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먼저 플랫폼을 기획하고 거기에 맞추어 탑다운으로 SNS를 기획하였다기 보다는, 먼저 SNS라는 킬러서비스를 성공시킨뒤에 메신저등으로 계속 확장해가면서 플랫폼화 되었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다보니 특히 초기엔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UI/UX가 너무 자주바뀌어 이용하기가 불편할 정도였던것 같습니다.

- 1억5000만대가 넘게 판매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의 성공은 다양한 킬러타이틀 들의 확보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 B2B 기술의 경우에도, 제일 좋은 기술보다는 결국 많이 쓰이는 기술이 플랫폼이되거나 표준화된 기술보다는 defacto 표준기술이 플랫폼화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소니의 베타맥스는 JVC의 VHS 비해 화질과 기술이 뛰어났지만, JVC의 VHS는 저렴한 로열티와 성인물에 제약을 걸지 않아 결국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표준이 되게 됩니다.

- 제가 다음에서 CTO로 있을때 서버를 선택할때도, 제일 좋은 기술보다는 적당히 좋은기술에 대중적인것을 고려하여 결정하였습니다. 90년대에는 SGI와 Sun 중에서 성능이 보다 뛰어난 SGI 보다는(3D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으로 더 알려져있지만 서버도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었죠), 솔라리스7 이후에 안정화가 많이되어 쓸만해져 가성비도 뛰어나고 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익숙한 (그당시 컴과 대학원이나 연구소에서는 대부분 Sun을 많이 이용) Sun을 채택하였죠. 결국 이후에 SGI는 2009년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고 래커블시스템스가 사들입니다.

- 다음에서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버 비용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일부만 고성능서버를 그대로 이용하고 나머지는 PC서버로 다운사이징하는 'Daum2K'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도 FreeBSD와 Linux사이에 선택을 했어야 했죠. 그당시 미국야후가 이미 안정적이면서도 성능이 좋은 FreeBSD로 미러링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Linux는 그때까지만 해도 서버로 이용하기엔 성능과 안정성 모두 낙제점이었지요.

그냥 야후처럼 FreeBSD로 갈까 하다가도 제가 고민했던것은 국내에서 FreeBSD 개발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것이었습니다. Linux와 비교하여도 커뮤니티 활동도 거의 없었구요. 물론 기존 다음의 시니어엔지니어가 FreeBSD더 스터디하거나 외부에서 소수더라도 FreeBSD 전문가 영입이 가능하기는 했습니다만, 많은 수의 개발자가 필요한 포털의 속성상 향후 구인난이 계속될것 같았고, 과연 FreeBSD가 앞으로 대세가 될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더 문제여서 망설이게 됩니다.

그러다가 2001년에 릴리즈된 고성능서버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는 Linux Kernel 2.4가 눈에 들어왔고, 벤치마킹 결과 FreeBSD보다 안정성은 조금 떨어지지지만 성능은 더 뛰어났고 이정도면 앞으로 대세가 될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Linux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