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만 놓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3초간 세상이 얼어붙고 나는 동결건조 과자가 되어 오동통한 아기의 손에 쥐어지거나 혹은 무심한 성인 남자의 발밑에 깔려 바삭하게 가루로 흩어져버리면 간편하겠다 하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경험칙으로 아는 바, 언니 동생들이랑 축구하고 떡볶이 먹으면 쉽게 잊히는 생각과 감정이기도 하다. 오늘 오전에는 응급 처치로 햇빛을 쐬고 나무의 초록을 보러 나왔다. 당장 살 만하지는 않아도 예전의 좋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고1 겨울방학 때 학교에서 보내 준 필리핀 어학연수 기간 동안 머물렀던 숙소에는 나무가 참 많았었지. 구글에 들어가 이미지를 검색한다. 여기가 거기가 맞을까 긴가민가 하면서도 사진첩에 한 장 저장해 둔다. 그때 거기 영어를 배우러 갔지만 우정도 배우고 사랑도 배우고 술도 배우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피넛버터잼의 존재를 배웠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실은 개인의 욕구와 이기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들 마저 선의로 포장되었었다는 걸 이젠 알지만, 어린 눈으로 인간 삶의 지저분한 이면을 보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오늘보다 좋았던 어제를 추억한다. 동시에, 어제와 오늘은 같지만 오늘과 내일은 다를 거라며 대뇌피질 전두엽에 신호를 보내본다. 신경 세포야 일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