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알레르기를 피하는 방법

[엄마 애도(哀悼)] - 2023년 6월 20일 화요일

by LYJ

복숭아 한 상자와 수박 한 덩이를 샀다.

여름 과일은 계절을 닮아 탐스럽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너무 탐스러워 안 먹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번 여름은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목 넘김이 껄끄러워 나 역시도 거의 수박만 먹고 있는 지경이다.

근데 가격 너무하네. 과일값이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어쩔 것이냐 기후변화.


나는 과일이면 다 좋지만 어렸을 땐 귤을 좋아했다.

엄마 손을 빌리지 않아도 맘껏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서 손이 노래지도록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과일은 어느 집에서나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여유롭지는 않아도 아버지가 대기업 노동자였던 덕에 따박따박 월급을 가져왔던 우리 집은, 적어도 내가 인지할 수 있는 나이에는 항상 과일이 있었다.

여름철 복숭아를 사 올 때면 엄마는 복숭아를 만지면 온몸이 가려워진다며 절대 만지지 못하게 했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복숭아털을 물로 다 닦아낸 다음 먹기 좋게 잘라 줄 때까지 나는 엄마 근처에 가지 않았다.

만지지 않고 가까이만 있어도 온몸이 가려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복숭아털을 만지면 온몸이 가렵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 뿐 엄마는 그게 알레르기라는 걸 몰랐다.

나도 한참을 더 큰 후에야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는 일임을 알고 엄마한테 말해줬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계속

복숭아털을 만지는 걸 못하게 했고, 나도 여전히 닦지 않은 복숭아 곁에 가지 않았었다.


엄마는 내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또 말해줬지만 엄마는 여전했다.

복숭아를 보면서 할머니를 따라 '따가워 따가워'를 외치던 어릴 적 가온이 생각이 난다.

할머니의 복숭아 알레르기를 내 아이들이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걸 알았든 몰랐든 할머니가 손녀들 먹이겠다고 온몸 따가운 복숭아를 그렇게 자주 사서 고무장갑을 끼고 한 상자를 다 닦아 냉장고에 넣어두는 수고를 매년 여름마다 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런 할머니였다는 걸... 그치?

모르면 내 딸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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