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애도(哀悼)] - 2023년 8월 19일 토요일
본원을 떠난 건 2012년 2월 말 육아휴직을 하면서다.
1년간 4학년 1학년인 아이들과 다시없을 시간을 보내고 정수장과 수질연구소에서 근무하고서 미국으로 넘어가 1년 간 놀다 별관으로 복귀했다. 5년쯤 지나 본원으로 돌아오니 10년 세월이 흘러 있었다.
건물도, 사람도, 하는 일도 익숙한데 이곳에 있는 내가 낯설었다.
본원이지만 별관이라 불리는 우리 과는 바깥쪽 건물에 나와 있어 사무실 출입이 번거롭고 3면이 창문이라 블라인드로 다 가려서 어두웠지만 바로 옆 방이 식당이라 좋은 점도 있다.
발령이 나고 며칠 뒤 점심 메뉴로 두부조림이 나왔다.
좋아하는 반찬이라 기대하며 식당에 갔는데, 내가 기대한 두부조림이 아니었다.
엄마의 두부조림은 다른 집과는 정말 달랐다.
두부를 기름에 굽지 않고 그대로 물기 가득 자작하게 조리는 두부조림은 간이 세지 않고 부드러워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야 맛있다.
어떤 식당에서도 그런 조리법의 두부조림을 본 적이 없으면서 왜 그걸 기대했던 걸까?
그러고 보니 감자볶음도 엄마만의 레시피가 있었다.
볶음이라기보다는 삶은 감자처럼 물에 푹 익혀서 밥에 비벼먹을 수 있었다.
들기름이 진하게 느껴지는 국물 자작한 감자볶음은 내 아이들도 좋아했다.
엄마는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배곯던 시절,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렸다고 말하곤 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엄마만의 감자볶음을 자주 만들었다. 아버지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배곯던 시절 자주 먹던 음식이었지만 그래서 그립고 좋아한다고 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다르다.
오늘 저녁에는 두부조림과 감자볶음을 해 먹어야겠다.
해 먹을 수는 있는데 엄마의 두부조림은 이제 맛 볼 기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