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文
-이 책을 읽는 당신께
읽고 쓰는 일을 좋아했던 제가 문학 작가, 그 중에서도 수필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겠다고 다짐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최근 저는, 자신에게 “내가 정말로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몇 번이고 되뇌여 보았습니다. 이윽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라는, 어쩌면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모든 사람이 답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말고도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에 제가 글을 쓰지 않더라도 글쓰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게다가 사실 글을 쓰고 읽는 일은 농업이나 수산업과는 달리 인류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활동도 아닙니다. 위대한 작가의 개인적 삶은 본받을 만하기는커녕 형편없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단 한편의 글도 남기지 못한 문맹자의 삶이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 동안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내용의 글은 수없이 나왔지만 실제 사회는 작가의 글보다는 오히려 민중의 투쟁에 의해 조금씩이나마 발전되어 왔습니다.
글의 힘은 무기력합니다. 글은 의식주와 달리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 비록 한 편의 글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 사람에게 작은 선물이 되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만인에게 칭송받거나 주목받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저 자신을 위해,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글을 쓰려 합니다. 그렇기에 만일 제 글을 그 밖에 다른 누군가가 읽게 되더라도 그것은 단지 의도치 않은 결과일 뿐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작은 선물이며, 그들에게 전하는 제 마음의 소산이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사시는 제 외할머니께서는 매 겨울마다 수확하고 남은 감귤을 당신의 딸이신 제 어머니께로 보내지만 저는 외할머니와는 달리 가지고 있는 땅도 없을 뿐더러 농사를 지을 줄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수확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간 책에서 얻은 영감과 평소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편의 글을 직조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그러모아 만들어진 산물에 제 이름을 써넣는 것 뿐입니다. 제가 당신을 위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 말고는 없습니다.
- 이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