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일보다 더 멋있는 일들
작년에 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갑자기 문학 책의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함께 내가 새로 알게 된 신조어는 ‘텍스트힙’인데 사실 그 전부터 책 읽기를 즐겨온 나는 책 읽기를 멋으로 여긴다는 뜻인 ‘텍스트힙’ 이라는 유행어의 등장이 의아스럽다.
이는 내가 글을 읽는 활동이 특별한 활동이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글을 읽는 일은 (전기세 납입 고지서나 제품 사용 설명서 같은 실용문을 읽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사람의 일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놓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나의 경우에는 그동안 만날 사람이 없어 하릴없이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을 뿐이다.
평생 책에 파묻혀 지낼것을 요구받는 학자의 삶이 다른 직장인들의 삶보다 더 훌륭한 삶이라 말할 수 없다. 또한 나는 이 세상에는 책 읽기보다 더욱 멋있는 일이 너무도 많다고 생각한다. 가령, 달빛 아래의 해변가에서 남몰래 연인과 입 맞추는 일, 다가오는 새해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친구와 함께 새벽에 동네 뒷산을 오르는 일, 그리고 길 잃어 울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근처 파출소까지 데려다주는 일 같은 것이 그러하다. 제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책을 읽는 것이 이러한 일들보다 멋있다고 말하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독서의 근본적인 한계는 그 비실천성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그 어떤 훌륭한 책도 단지 그것을 읽는 것 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성경책과 불경을 아무리 읽어도, 그 속에 담긴 예수와 부처의 가르침을 세상 속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니, 독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책을 통해 지식이나 위안을 얻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일은 그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이루어진다.
책을 다 읽었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할까? 물론, 책에서 얻은 지혜를 실천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자신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책의 저자가 자신이 평소 존경한다는 이유로 책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거나, 반대로 자신이 싫어하는 저자의 책이기에 책의 모든 부분을 형편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감동받았던 내용이어도 책을 다 읽고 나서 정말로 훌륭한 대목인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책에 적힌 내용은 무조건 진리라고 믿는다면… 그 참담한 결과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 이미 숱하게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책을 다 읽었으면 이제 책을 던져두고 거리로 나가자. 그리고 책에 파묻혀 지내기보다는 자신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친구를 많이 사귀어보자. 분명 그들은 당신에게 있어 책에는 없는 지혜를 가르쳐 줄 것이고 책에 담긴 내용이라 해서 모든 이가 받아들일 진리만 담겨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