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관하여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당신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거나 주방 일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일은 비록 제 적성에 그리 맞지 않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자신이 하는 일에 아무런 보람과 자부심을 갖지 못한 채, 그저 무위도식하는 이의 삶을 부러워하는, 그런 사람만은 절대로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릴없이 계속하다 보니 정말 노동에 숭고한 의미란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동안 저는 이 세상에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류 사회의 지속과 발전에 공헌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는 일을 좋아한다는 발상 자체가 “노예의 삶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혐오스러운 생각마저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이제는 그 전까지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하는 것 마저도 우울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말 사람들은 평생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돈이 있다면 아무도 일하지 않을까요? 지금, 당신에게 있어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만일 누군가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돈을 받게 되더라도 지금의 일을 그만두지 않으실 것인가요?
이하늘 드림.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33163.html
참고: 이 글은 지난 2025년 12월 6일에 <한겨레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