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를 읽는 마음

by 이하늘

제가 대학에 다녔을 때, 저는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면 주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주로 자료실에서 책을 여러 권씩 꺼내 읽다가 시간이 되어 도서관을 나설 때면 그 중 한 두 권을 빌렸는데 빌렸던 책들의 분야는 역사와 철학, 문학, 지리학 등 여러 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제가 가장 오랫동안 아껴가며 읽었던 책들은 대개 서정시집이었습니다.


서정시는 수학이나 물리학 교재와는 달리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사회학이나 경제학 교재처럼 인간행동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서정시야말로 가장 무용(無用)한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정시는 그들이 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일을 해냅니다.


서정시를 짓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서정시를 짓는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본디 자연은 그저 목적없이 흘러갈 뿐이고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 역시 단지 부모에 의해 세상에 나왔으니 그저 살아갈 뿐입니다. 그것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서정시인이 하는 일입니다.


물론 이것은 비단 서정시만의 특징은 아니며 수필이나 소설 같은 다른 문학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서정시는 그들에게는 없는 미덕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어의 극적인 절제입니다.


서정시는 작가에게 문학의 다른 그 어떠한 갈래들보다도 작품의 완성에 있어 꼭 필요한 단어 외에는 모두 덜어낼 것을 철저히 요구합니다. 그럼으로서 서정시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할 것을 강요케 합니다. 그러나 잘 쓰인 서정시는 결코 시인의 뜻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단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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