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고
작년 1월, 6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 광주-대구간의 단선철도인 ‘달빛철도’의 건설계획은 터무니없는 예산낭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국책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최소한의 절차인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에 관한 특별법을 가결시켰다. 이조차도 당초 계획대로 복선 고속철도로 추진되었다면 무려 11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뻔한 사업이었으니 그나마 원래 계획에 비하면 5조원의 예산을 줄인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영호남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달빛철도 사업은 효율성의 측면에서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임이 분명하다. 당사자들마저도 도무지 경제성으로는 설득의 여지가 없으니 ‘지역균형발전’이나 ‘영호남의 화합’이라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논리를 들이대기에 이른다. 이미 그 전에 지어진 광주와 대구를 오가는 고속도로의 통행량은 바닥을 기는 수준이고 건설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대규모의 환경파괴, 그리고 이제는 영남-호남간의 갈등보다도 수도권-비수도권간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현실은 애써 언급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사실 실효성도, 명분도 없는 달빛철도 사업보다 영호남의 지역발전을 위해 더욱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업은 차고 넘친다. 예를 들면 기관차의 노후로 재작년 12월에 운행이 중단된 광주역-광주송정역 간 통근열차를 광주광역시의 예산으로 기관차를 새로 구입하여 재운행하는 사업의 경우 운행 당시 수요가 충분하였을 뿐 아니라 기존 선로를 그대로 활용하는 사업이기에 달빛철도 사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예산이 훨씬 적게 들어간다.
이 밖에도 지역대학 주변의 공실률이 높은 빌라를 대거 매입하여 교외기숙사를 건립하는 것으로 기숙사 수용율을 높여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거나 현재 강원 양구군, 전남 신안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버스 공영제를 비수도권 전역에 확대 도입하여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 등이 진정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복지사업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들에 들어가는 예산 역시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달빛철도 사업에 비하면 실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서 서술한 나의 제안들은 너무나 지엽적이기에 이것들 만으로는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론 또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판은 나 또한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며 그렇기에 앞서 서술한 몇 가지 제안들 외에도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추가적인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지역의 발전은 달빛철도와 같은 경제성이 결여된 대규모의 토목공사가 아니라 지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곳에서 비롯된 작은 복지정책들이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 도로와 철도가 새로 생겨서 지도가 바뀌었다 해도 정작 그 주변에 살고있는 주민들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것이 지역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곳을 ‘서울에 살지 못해서 하는 수 없이’ 사는 곳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마을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는 곳을 쉽게 떠나려 하지 않으려 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