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로 안녕, 박정희의 시대여.

박정희 동상은 필요없다.

by 이하늘

얼마 전에 동대구역 앞 광장에는 ‘그’를 기리는 장대한 높이의 동상이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 새삼스럽거나 유별난 일은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그를 기념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으며, 그의 동상과 기념관은 이미 전국 각지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관이 있고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 (KAIST) 교정에도 그의 모습을 본딴 동상이 있다. 나 역시 ‘그’가 대한민국을 절망적인 수준의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산업화의 기반을 닦는 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과는 별개로 ‘그’를 기억하는 방법이 동상이나 기념관의 건립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진보 진영에서도 박정희가 한국경제 성장의 일등공신임을 부정하지 못하듯, 보수 진영에서도 박정희가 4.19로 얻어낸 민주주의를 파탄낸 주범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박정희의 시대가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져야 할 악몽 같은 시간이라는 주장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그때의 우리는 처음으로 쌀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준 그의 통치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가난을 물리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분명 박정희는 ‘완벽한 지도자’는 아니었지만 ‘악마 같은 지도자’는 더욱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막 끔찍한 가난에서 벗어난 우리는 이제 사람답게 살기를 원했고 그가 이제는 자리에서 떠나, 다시 한 시민으로 돌아오기를 바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아름답게 떠나지 못했다. 결국 그는 그의 부하에게 목숨을 잃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아류가 되려 한 또 한 명의 군인이, 해서는 안 될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다. 결국 그가 지시한, 그 전까지 우리의 역할이었던 ‘반공전사’나 ‘산업의 부품’이 아닌 그저 우리가 우리로서 존엄한 존재로 대접받고 당당하게 역사의 주체가 된 것은 그가 죽고 나서 8년이 지난 후에야 이루어졌다.

우리는 박정희 같은 지도자를 원했고, 그렇게 나타난 박정희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그를 떠나보낼 때이다. 더 이상 경제성장을 위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를 유보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장은 무한히 지속될 수 있다고 믿어서도 안 되며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인권의 보장이 조금 무시되어도 괜찮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 박정희는 선진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를 건설하는 기반을 닦았고, 우리는 그 기반을 디딤돌 삼아 선진국의 경지에 올라섰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를 기리는 동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경제성장을 위해 잠시 미뤄둔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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