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예술에 관한 편지

친애하는 그대에게

by 이하늘

당신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본 일이 있었나요? 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것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칸트나 헤겔 같은 철학계의 거목들 마저도 후대 사상가에 의해 끊임없이 비판받았습니다. 聖人들의 말씀인 종교 경전들 조차도 무신론자들은 경멸합니다. 사랑에 빠진 어느 누군가가 연인이 감동받는 찰나의 순간을 위해 밤새도록 수십 번을 고쳐쓴 연애 편지도 집배원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우편물일 뿐입니다.

사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이 글을 포함해, 그동안 제가 썼던 글들 역시 모두에게 사랑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저는 제가 쓴 작품들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격렬한 논쟁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니 神의 작품인 자연을 제외하면 모든 창작물은 필연적으로 논쟁거리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니 저는 비판받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만들지 않다가 모두에게 잊혀지기 보다는 차라리 다른 이들을 화나게 하는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세상에서 완벽하다 할수 있는 것은 오직 자연뿐입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위대하다 떠받드는 고전문학도 그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간 나무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보잘 것 없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닙니다. 작가가 위대한 이유는 그는 자연에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현실에 조악하게나마 구현함으로써 사람으로 하여금 피안의 세계를 희미하게나마 그려나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작품은 독자에 의해 완성됩니다. 독자는 작품을 통해 불완전하게 구현된 환상의 세계를 보지만 작품의 여백을 통해 작품에서 자기만의 피안을 가꾸는 것은 독자 자신의 몫입니다. 자연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지만 자연을 통해 자유를 추구하는 일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정신을 통해 만들어진 모든 예술은 -그것이 모두에게 혹평을 받아도- 마땅히 자유의 소산이라 불려야 합니다.

반대로, 노을이나 단풍은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다 칭송해도 결코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변기에 서명을 남기고 그것을 전시회에 출품한 마르셀의 행동은 예술적입니다. 마르셀에 의해 서명되고 <샘>이란 이름을 갖게된 소변기를 통해 무엇을 상상해낼지는 이제 전적으로 관객의 몫입니다. 당신은 이 편지를 읽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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