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고
매년 봄, 혹은 가을 중간시험이 끝나는 시기 즈음에 열리는 대학 축제는 어느새 한국 대학에서 연례 행사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학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들이 마련한, 각 학과와 동아리에서 준비한 체험부스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 축제에 한 번이라도 가본적 있던 사람이라면 각 대학의 축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연예인 초청 공연이라고 여긴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각 대학은 이들 연예인 섭외에 지대한 공을 들이며 심지어는 학생들 스스로 초청된 연예인의 인지도에 따라 축제의 급을 매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연예인의 초청으로 인해 축제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면 이는 분명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유명 연예인의 초청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며 그 돈은 고스란히 학교의 예산으로 감당하는 몫이라는 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대학은 대부분의 경우, 만성적인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대학 운영에 큰 곤란을 겪고 있는데,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요 학술지를 구독하지 못하는 등 대학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인 연구활동마저 마비될 정도이다.
결국 이로 인해 최근 들어서는 부득이하게 대부분의 대학에서 지난 2009년부터 장기간 동결 추세였던 학부 등록금을 최근 몇 년 들어 법정 인상 한도의 최대치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다시 인상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 속에서 2-3일 남짓한 대학 축제를 위해 하루에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상황은 대단히 안일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초청공연으로 인해 대학축제가 점차 특색을 잃어간다는 점도 문제이다. 여러 대학에서 열리는 축제의 홍보 포스터를 눈여겨 보았다면 아마 대부분의 대학 축제 일정과 홍보가 저녁 시간대의 초청공연에 치중해있으며 그 밖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게다가 그 초청공연 조차도 유명 연예인이 여러 대학을 번갈아가면서 공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니 대학 축제를 통해 새로운 연예인을 만나게 된다거나 다른 콘서트에서는 접하기 힘든 연예인을 만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학 축제의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일까? 물론 그 현실적인 대안은 여럿 들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유명 연예인의 초청에 막대한 예산을 쓰는 대신 학교 축제의 저녁 공연무대를 신진 연예인에게 있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으로 바꾼다면 대학에 있어서는 축제 예산의 획기적 절감은 물론, 신인 문화예술가의 양성이라는 사회적 공헌의 효과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대학 축제에서만큼은 자신들이 축제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학교, 그리고 자신의 전공이 갖는 고유한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특히, 저녁 시간의 공연은 연예인의 초청공연을 즐기면서 하나되는 시간으로 채우더라도 낮 시간대의 체험부스만큼은 각 학과별 전공의 특징을 반영한 학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대학은 근본적으로 학술활동을 위한 공간이기에 이를 잊어버린 축제는 곧 대학축제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