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선물 같은 문학

서평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이너 릴케 저.)

by 이하늘

여기, 열 통의 편지를 모은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당신에게 보낸 편지는 아닙니다. 이 편지들은 120여년 전에, 어느 젊은 보헤미아 출신 중견 시인이 그보다 젊은 시인 지망생이자 학교 후배에게 보내는 조언과 위로의 편지입니다. 아마 당신은 자신에게 온 편지도 아닐 뿐더러, 시인의 시집도 아닌 편지 모음집을 왜 읽기를 바라는지 의문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제가 당신께 이 편지들을 읽었으면 하는 까닭은 당신이 시인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어서가 아닙니다. 물론 이 편지를 쓴 사람이 나중에 대문호로 남은 유명 시인이기에 그가 쓴 글은 무조건 좋은 글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전업 시인이 될 필요도 없고 널리 알려진 작가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을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만일 당신께서 이 책의 내용이 당신과는 별 상관없다고 여기거나 편지의 수신자인 카푸스에게 전하는 릴케의 조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당신이 책을 잘못 읽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는 당신이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의 마음과 그 선물을 받은 젊은 시인의 마음을 상상해보길 바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이루고 있는 편지들은 모두 우리가 매일 친구에게 보내는 단문의 문자 메시지와는 달리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을 담아 진지하게 씌여진 장문의 기록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이 편지들이 단순히 유명 작가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여담 같은 글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인정받는 까닭입니다.

만일 우리가 친구에게, 혹은 스승이나 가족에게 서로 진지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는다면 어떨까요? 거기에는 아무런 문예적인 기교가 없으며 거짓과 아첨도 없습니다. 그저 당신은 자신을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의 마음에 대해 묘사하면 됩니다. 편지를 쓰는 일은 시나 소설을 쓰는 일과는 달리 운율과 함축, 복선과 반전 같은 것을 고려할 필요도 없으며 편집자의 주장이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평생 자신의 글을 통해 원고료를 받기는커녕 공개 지면에는 글을 아예 기고하지도 않고 단지 그의 친한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만 했더라도, 그의 친구들에게는 이미 훌륭한 작가로 기억될 것입니다. 진지한 마음을 담아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은 이미 한 사람의 독자를 가진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담은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선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문학의 본질이자 원류가 아니겠습니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94734.html

이 글은 지난 2025년에 한겨레신문에 먼저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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