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헬스장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아이가 읽은 책을 급하게 도서관에 반납하고 오후 카페 아르바이트하러 걸어가면서 든 생각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난 탓에 카페로 향하는 걸음걸이는 느릿느릿,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빙글빙글 맴돌았다.
새벽 출근으로 아이의 얼굴을 못 보고 나왔는데 유치원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지, 신랑은 점심밥 잘 챙겨 먹었을까? 카페 일 끝나고 심리학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하는데 아이가 오늘은 일찍 자주면 좋겠다는 아주 사소한 생각부터 나의 일상은 왜 이렇게 분주하고 정신없는 걸까, 만약 내가 지금 이렇게 알바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부터 나름 심오한 생각도 했다.
이 많은 생각 중에 내 머릿속에 가장 오래 맴돌았던 생각은 만약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의 하루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날은 친구를 만나 자유롭게 수다를 떨고 또 어떤 날은 혼자 책도 읽고 쇼핑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한가로운 일상을 살고 있을 거라고 하는 생각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이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고 익숙해지면 나의 성격상 금세 지겨워지고 따분해질 것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열정적으로 자기 일과 삶을 사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그래서 패션디자인과 예체능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선망했다. 그래서 나도 그들처럼 그 길을 걷고 싶어 대학교 다는 4년 동안 무보수/열정페이를 받으며 관심 있는 분야들에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랬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엄한 곳에 힘을 쏟고 있다는 얘끼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이 그리 싫지 않았다. 그냥 내가 무언가에 열정을 쏟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해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도 그렇다 할 만한 결과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냥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만족해하는 편이다. 정말 지금 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나는 나의 열정을 부를 수 있는 일을 할 것 같다. 일은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아를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은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업은 아니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지금의 분주하고 여유 없는 나의 일과가 조금은 뿌듯해졌다. 나는 현재 의미 없는 바쁨이 아니라 앞으로 나가기 위한 분주함이고 비상을 위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6시 30분에도 파이팅을 외쳐 본다.
이글은 나와 같이 매일 반복 되는 이유 없는 바쁜 날들에 구의심을 품고, 회의감을 갖고 계신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