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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순한진심 Mar 20. 2024

너를 위한다 생각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것

엄마의 욕심은 아이를 속상하게 할 수 있다

오늘은 유난히 오후부터 힘들었다. 오전에 아이와 힘께 프리마켓에 다녀오고, 피곤해하는 아이를 보며 낮잠 잘 잘 자겠다고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프리마켓에서 사 온 장난감을 갖고 노느라 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이는 재밌게 놀면서 체력을 충전하는지 점점 더 신이 나 보였고 그와 반대로 나의 체력은 점점 떨어졌다.


4시 넘어서까지 자지 않고 놀면서 피곤해서 눈 비비며 노는 아이를 보면서 낮잠을 포기하고 이른 저녁을 먹여서 빨리 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6시에 냉장고에서 시금치를 무치고 얼른 국과 밑반찬으로 밥상을 차렸지만 이 녀석은 자기 좋아하는 치즈김말이만 홀딱 먹고 밥을 안 먹는단다...


나는 결국 오후 내내 품고 있던 짜증과 피곤함이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안 먹으면 안 놀아준다고 협박도 해 보고 먹어야 건강하다고 설득도 해 보았지만 결국 혼자 씩씩 대며 아이의 밥을 내가 다 먹었다. 그러고는 평소 10시 넘어야 자는 아이에게 7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불을 펴고, 불을 끄고 놀아달라고 하는 아이를 외면하고 혼자 누웠다.


아이는 징징 댔고, 그 모습에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반응하면 자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투정 부리다 결국 백기를 둔 아이는 오늘도 내 품에서 심통만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평소와 같으면 육퇴 후에 뭐 하면서 육퇴의 자유를 만끽할지 궁리하는데 오늘은 그냥 신랑 올 때까지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피곤한 몸과 달리 정신은 이상하게 맑았다. 옆에서 잠이 든 아이를 보면서 오늘은 유난히 긴 자책의 시간을 가졌다...


분명 나는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하면서 밥을 차리고 또 강제로 먹이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나의 의무를 다 하고 얼른 쉬고 싶은 마음에 짜증도 내고 화도 나고 그랬다. 진짜 아이를 위했다면 아이가 원하는 것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졸리지 않는 아이에게 자라고 강요했고, 배 고프지 않는 아이에게 밥을 강요하면 안 되는 거였다.


이전에 대만에서 석사 수업 중에 교수님이 하셨던 말이 유난히 오늘 머리에 맴돈다.

「為你」,foryou, 너를 위해 이 마음이 사실은 표면적으로는 상대방을 위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가 얻기 위한 것을 이루기 위해 하는 일종의 그럴듯한 변명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하는 말 중에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경우가 드물고, 힘들게 하거나 괴롭게 하기 위해 하는 말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바를 위해 내 아이를 위한다고 그럴듯한 핑계와 뉘앙스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되게, 부담을 느끼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하며 또 때로는 망치게도 한다.


아직 세 살 밖에 되지 않는 아이에게도 이런 내가 아이가 크면 얼마나 더 오늘과 비슷한 핑계를 대면서 아이를 속상하게 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 경각심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혹시 자다가 배고파서 일어날 아이를 위해 나는 밤 10시에 밥을 안치고 몇 자 적아 보았다. 


내가 아닌 너에게 집중할게 아들! 그리고 배고프면 언제든지 일어나서 밥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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