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 안녕, 루앙프라방 안녕?
방비엥에 처음 와서 친해진, 친구와 누나가 방비엥을 떠나는 날이다.
전날, 같이 늦게까지 놀기로 했었는데,
두 명은 일찍 들어가서 잤다.
물론, 다음날 일찍 방비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둘이,
혹시나 마지막 방비엥 밤을 보내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진 않을까, 눈치를 보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배려했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짐으로 남은 체,
-
아침을 먹을 겸, 배웅도 할 겸, 둘이 떠나는 시간에 맞춰
모두들 만나기로 했다.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놀았던 탓에, 몇 명은 나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두들 모였다.
우리를 기다리려고 나왔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에이~ 아침 먹을라고 나온거아냐?!?!?!' 라며
미안함을 돌려 표현하고, 그렇게 짧았지만 깊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떠나고, 배웅했다.
라오스 세번째,
https://brunch.co.kr/@skyopqw/64
매일 아침 먹었던 카오삐약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맛있는 닭죽이 있다고 해서, 마지막 방비엥 아침은 닭죽으로 결정.
조금 짰지만, 한국과는 약간 다른 더 깊은 맛에
제법 만족스러운 아침을 먹었다.
오후 한시, 예정에 없었던 루앙프라방으로
방비엥에서의 인연들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
루앙프라방으로 이동전, 특별한 계획 없이
생각보다 일찍 떠나게 될, 방비엥을 걷고
'스마일비치'에 들려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삼둥이
첫 만남은 '사쿠라바'였다.
한국 사람 세명이 쪼르르 모여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동행했던 친구가 '한국 분이세요?! 세명이서 오셨나 봐요'라는
말과 함께 인연은 시작되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같이 여행할 줄은 몰랐다.
스물셋, 많이는 아니지만 제법 나이 차이가 나서
우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 또한, 괜히 어린 친구들 부담스럽게 붙잡지 말자고 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참으로 빗나간 오해.
이름조차 몰라, 삼둥이라고 별명을 붙여서 불렀다.
셋이 옷도 예쁘게 맞춰 입고, 그렇게 예쁨을 뽐내며
또한, 우리에게 즐거움을 뽐내며 함께 추억들을 만들었다.
- 원장님
여행이란 게 원래 특별하고 신기하지만, 특별한 인연이 더욱더 여행을 빛나게 한다.
비엔티안에서 만난 범석이와 방비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범석이는 방비엥 숙소를 잡아놓지 않아서,
내가 머무는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범석이가 방비엥으로 오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근혁이형(원장님) 또한, 숙소를 잡지 않아서
우리 숙소에 머물기로 한 것.
그렇게 셋이 숙소 1층에서 처음 만났다.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방비엥 여행 도중 필요한
물건을 이것저것 같이 샀고,
길을 헤매며 방비엥을 구경했다.
또, 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여행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지만
이미, 앞으로의 방비엥 일정을 같이 계획했다.
여행이란, 숙소를 정해지 않아도, 계획을 하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고
인연이란, 약속하지 않아도, 다가가지 않아도 그렇게 가까워지는 건가 보다.
강가를 바라보며 함께 비어라오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마지막 방비엥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떠나야 하는 방비엥의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들 '아쉽다 아쉽다'란 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렇게나 좋았던, 루앙프라방이 기다리고 있음을 모르고.
방비엥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특별하지 않은, 매일매일 한 번씩은 먹었던 것들을
먹기로 했다.
(사실 늑장을 부리느라 간단하게 헿)
맛있을 수밖에 없는 로띠
맛있는 재료를 다 넣어버린 '방비엥 샌드위치'도
넉넉하게 사서,
숙소 1층에서 다 같이 먹으면서
방비엥에서의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루앙프라방의 설렘을 기대했다.
약 4시간 동안 미니벤을 타고, 루앙프라방으로 향했다.
루앙프라방에 늦은 오후에 도착했다.
- 솔빈이
여자 이름 같지만, 사진에 보는 바와 같이 건장한 동생.
루앙프라방 숙소를 잡지 않았는데, 방비엥에서 만난 동생이 룸을 쉐어하자고 했다.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방비엥에서도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룸을 쉐어하자는 제안이 너무 고마웠다.
사실, 방이라는게 나만의 공간이고 여행하는 내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여행지에서의 숙소를 찾는 일이 얼마나 귀찮고,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숙소를 소개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인데,
그 방을 같이 사용하자고 하는 건 여행에서는 아주 큰 결정이자 배려다.
방에서도 더블 배드, 싱글 배드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며칠 일찍 루앙프라방을 떠나니까 나보고 더 넓은 침대를 쓰라며
큰 침대를 나에게 내 주었다.
+
나의 음악 취향은 '우울함+슬픔'이다.
그래서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에도 그런 음악을 듣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 신나는 노래와
아이돌 노래를 즐겨 듣는다.
물론, 나도 그런 음악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더 선호하는 음악이 있는 것.
여행하면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솔빈이가 방에서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음악을 자주 틀었다.
정말, 모두, 하나하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었고,
내가 모르는 곡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나를 배려해준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동남아의 날씨보다 더 따뜻한 마음과
그대의 직업의 특성상 자주 보게 되는 바다보다 더 넓은 배려심을 가진 사람.
완벽한 룸메이트였다.
긴, 이동시간 때문에 배가 너무 고파서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다.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제대로 알아보고 가지 않아서
사실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삼둥이들의 웃음들과
슬아의 독고다이 대화법
범석이의 틈새를 공략한 유머
솔빈이의 독특한 웃음소리
원장님의 귀여움이 즐거운 저녁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나의 사진도 헿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
2017년 4월 2일, Instagram.
저녁을 먹고 야시장을 돌아다녔다.
방비엥보다는 더 다양한 기념품들이 있었다.
루앙프라방은 방비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방비엥은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한글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기가 라오스라는 기분을
중간중간 방해하는 기분이 들었다.
루앙프라방은 전혀 달랐다.
한글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동남아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도시의 거리, 골목길 하나하나가 예뻤다.
길거리에는 카페와 바가 즐비해있고, 많은 여행자가 커피 혹은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로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우리도 야시장을 구경하고는 주변의 아무 Bar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며
루앙프라방의 첫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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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오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