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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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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섭 May 16. 2017

라오스 다섯 번째 이야기

루앙프라방 꽝시 폭포 그리고 마지막 밤



루앙프라방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오전, 느지막하게 일어나 조식을 먹고 여행을 하기로 했지만,
다 같이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아쉬웠는지, 모두 일찍이 일어났다.


                   



이제는 아침에 간단히 세수만 하고 만나도
부끄럽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는 게 없는 사이가 되었다.




조식을 먹고, 솔빈이와 함께 빵을 사러 갔다.

꽝시폭포에 가기로 했는데, 거기에는 마땅히 먹을 게 없을 것 같아서
꽝시폭포에서 빵을 먹고, 다시 돌아와서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루앙프라방 중심가에서 꽝시폭포로 이동할 땐,
툭툭 혹은 벤을 타고 간다. 
흙길이 많아서 벤을 타고 가는 게 더 편하고 좋지만
우리는 툭툭이를 타고 갔다.

좀 더 라오스 같아서?




그렇게 도착한 꽝시폭포.




멋질 거라는 상상과 기대는 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보자마자 모두들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찍고, 
사진에 담기지 않는 모습을 아쉬워하면서
한참을 쳐다보았지만,
이 모습을 또 간직하고 싶어 계속 찍었다.





범석이

어찌 보면 이렇게 여행한, 그 시작이다.
라오스에 도착한 첫날, 
비엔티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의 동행을 구하기 위해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렸다.

혼자 하고 싶었던 여행이라, 일정의 동행이 아닌
오직 택시 한 번의 동행.

그렇게 누군가한테 쪽지가 왔고
인천공항에서 쪽지를 확인하고 답을 했다.
서로 타이밍이 엇갈려 연락처를 받지 못하고 비엔티안 공항에 도착.

수화물을 찾으면서 수화물들을 보는데 
혼자 여행을 왔을 법한 누군가의 배낭이 하나 있었다.

'이 사람 왠지 혼자 왔을 것 같은데?'

택시를 잡는 곳 앞에서 그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늘 따라 패키지 여행객이 많아서 
혼자 온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혼자 온 사람이 없어서 그냥 
발길을 돌리려고 했는데 그때, 그 가방의 주인이 
나왔다. 
범석이었다.

고민 없이 바로 달려가 '혼자 오셨어요? 같이 택시 타실 까요?'

알고 보니, 그 쪽지의 주인공이 범석이었고 신기하게도 동갑내기.
혼자 하려던 여행을 우연히 '같이'하는 여행으로 바꾼 친구고

이렇게도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을 시작한 첫 동행.




-
슬아

처음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슬아는 솔빈이와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 이후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하지만, 마치 처음부터 함께했던 사람처럼
그렇게 가까워졌다. 


정말 밝다. 
'사람이 이렇게 밝고 맑을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착하다.
'사람이 이렇게 착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이 끝나고, 본인은 도움만 받아서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지만
삼둥이들에겐 언니, 남자들에겐 동생
그 가운데에서 
꺄르르 꺄르르 웃음의 근원지가 되어 주었었다.

슬아가 없을 때 삼둥이들이 그랬다.
'워낙 즐거운 여행이기도 했지만, 언니 덕분에 더 많이 웃었어요'

다 똑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혹은, 더 깊거나. 





이미 방비엥에서 물놀이를 많이 해서 
꽝시폭포에서는 물놀이를 짧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시간 후에 돌아가기로 했는데, 두 시간은 턱도 없었다.




방비엥 여행 내내 나의 패션.
너무나 편했던 코끼리바지는 
여행 내내 계속 입었다. 




제대로 찍은 유일한 단체사진

어떻게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사람들.




꽝시폭포속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담은 사진




귀여운 삼둥이들과




그렇게 꽝시폭포 끝까지 올라가서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야
배가 고팠는지, 들어오기 전에 샀던 빵들과 맥주 그리고 과일을 꺼냈다.



폭포 옆에 위치한 벤치에서 다 같이 음식을 먹었다.
좋았다.

크루아상 하나, 바나나빵 하나, 식어서 차갑지 않았던 비어라오 마저 
좋았다.

실수로 쏟은 맥주에 젖어버린 망고까지도
좋았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는 우리가 카메라에 담았던 
그곳으로 들어가 놀았다.




약속한 두 시간의 시간을 훌쩍 넘기고 
물속에서 한바탕 생사를 넘나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흙길을 지나 루앙프라방 중심가로 이동했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밤.
일몰을 보기 위해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푸지산으로 향했다.
여유가 있는 루앙프라방에서 너무 바쁘게 움직인 탓일까

많은 구름들이 일몰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몰이 뭐 그리 중요할까,
구름에 가린 태양이 비치는 빛에 따라 보이는 모습 또한
우리가 처음 보는 모습인데.




그래도 혹시나 보이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기다렸지만 끝내 일몰은 볼 수 없었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여행 내내 라오스 여행 기분을 내주었던 팔찌.
한국에 돌아와서도 라오스에서 만난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항상 차고 간다.




삼둥이들이 점점 사둥이로 변해가고 있다.




야시장도 하나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보지 못할 모습들




바보 같은 사진도 하나 찍고





뒷모습

뒷모습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누군가가 내 뒤에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뒤에서 나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본인도 모르는 안 좋은 모습이 뒤에 있을지도 모르니
뒷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누군가가 내 뒤에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다.
나와 내 뒤에 믿을만한 누군가의 그 거리만큼은 안전한 공간일 테니까.

또 다른 의미에서,
뒷모습을 보는 건 슬픈 일이다.
내가 앞지르거나, 뒤를 돌아봐주지 않는 이상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이니까.


뒷모습을 잘 지켜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여러 의미에서,





메콩강이 보이는 신닷 뷔페를 찾았다.
비위생적으로 보였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상황과 
오랜만에 강가 옆에서 먹어보는 음식이 좋았다.




음식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대들과 함께하는 식사 이외에 무엇을 더 바랄까




소녀팬이 생겼다. 
물론, 본인들은 내 팬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테지만.
카메라를 들면 바로 달려와 웃어주며 V를 해주는.




정말 과일을 넣나 직접 확인하는 예은이
그리고는 계속 
라이라이(많이 많이)를 외쳤다.




덕분에 정말 넘치도록 음료를 받았다.




유토피아라는 술집으로 향했다.
사실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조금 조용하고 강가를 바라보며
잔잔한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밤이 되면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생각보다 일찍 유토피아에서 나와 걸었다.




근혁이 형과 나에게는 마지막 밤. 
근혁이 형은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고,
나는 다음날 점심에 떠난다.

술도 마셨고, 조용한 루앙프라방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아쉽고 또 아쉬웠다.




사진에 잘 찍히지도 않는 모습을 마구마구 찍었다.


그렇게 잠들기에는 너무 아쉬워 숙소에 있는 맥주를 한 캔씩 꺼내 들고
숙소 앞에 자리를 잡았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익숙했던 노래들이 나왔고 서로의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그릴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아직 남은 시간이 있는 친구들 앞에서 
조금은 감춰야 했던 아쉬움.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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