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집하는 건 "가마"나 "마차"를 고집하듯 시대착오적인가?
[언더스탠딩] 팟캐스트에서 영풍문고 편 내용을 듣고
책을 고집하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피치덱 이동열 대표에 따르면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한국뿐만 아닌 전 세계 공통현상이다
국내 도서 출판 시장은 3 부류 출판, 도서도매, 도서소매로 나뉜다
마진 적은 도서도매 업계에는 딱 2개사만 살아남았고
마진 좋은(12%) 출판업에는 중소 출판사들이 많이 생겼지만
수년째 성장하지 않는 책시장이라는 파이를
더 많은 출판사들이 더 잘게 나눠먹는 제로섬 게임 중이다
마지막 소매시장, 즉 서점업계는 더욱 힘들어서,
동네 중소서점이 전부 폐업한 것은 옛날일이고
시내 오프라인 대형서점도 몇 개 남지 않았다. (교보, 영풍, 알라딘 정도..)
서점이 힘든 이유는
업의 특성상 임대료와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서점업 평균 근무일 주 6.5일 근무할 직원 찾기도 쉽지 않은데,
24시간 주문과 당일 배송으로 무장한 온라인 서점몰(예스24, 알라딘)과 경쟁해야 한다
최근엔 쿠팡까지 온라인 책 판매에 가세했다
그나마 도서 시장을 지탱하는 것은 수험생용 참고서와 학습지이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책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현대인에게 책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를 하고 OTT를 보느라 자는 시간도 부족하다.
사람들은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는다
지금은 어느 시대보다 SNS에 글을 많이 쓰지만
(모르는 사람의) 글을 읽지는 않는 시대다
특히 긴 글은 아무도 안 읽는 듯하다
갑자기 언더스탠딩 진행자가 묻는다
"[책 안 읽는 현상]을 죄악시하고 [책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난 그게 옳은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번성하다 사라진 수많은 구시대 업종과 마찬가지로
[책]도 이제 수명이 다한 것 아닐까?"
"한복, 마차, 가마가 사라질 때 우리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이 편지 안 쓴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나?
마치 휴대전화로 공중전화가, 이메일로 편지가 사라졌듯
책도 사라질 운명이 아닐까?"
그 말을 들으니
[책]이라는 절대 가치를 믿었던 내 믿음이 흔들렸다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중국, 메소포타미아 사람들도
[파피루스 책] 혹은 [종이 책]이라는 신문물이 나왔을 때 비판적이었을까?
나의 종이 책에 대한 애착이
당시 사람들의 [점토판]이나 [죽간]에 대한 애착 같은 걸까?
내가 시대에 뒤처진 거라,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하나?
나는 컴퓨터 화면 글이나, 이북을 집중해서 오래 읽지 못한다
동영상 강의, 오디오 북, 이북도 종이 책만큼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바야흐로 TikTok, Shorts, Reels로 일컬어지는 숏폼 전성시대다
영상마저 AI가 더 요약하고 쉽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이치를 이해하고 세상을 움직여야 하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세상 모든 이치를 쉽게만 설명할 수 없고
이러한 것들은 스스로 숙고하고 고민해야 깨달음을 얻는다
아직도 세상에는 나와 같은 느린 독자들과 종이책 독자들이 존재하며
세상은 그들을 위한 깊이 있는 글과 책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책의 수명은 아직은 유효하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