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kyphilia
Oct 27. 2024
[생각] 장비병 환자의 치료법과 원인에 대한 고찰
어느 장비병 환자의 변명 : 나는 왜 장비와 도구에 집착하는가?
고백컨데
나는 ‘취미 낭인’이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은 많지만 뭐 하나 깊이는 없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마다
필요한 도구와 장비를 검색하고
쇼핑하는데 에너지를 소진한다
정작 다 사고 나면 심드렁 해진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시작하기 위해 ‘러닝화’ 검색 부터하고
글쓰기를 위해서 ‘고급진 펜과 노트’를 검색한다
사진을 찍어 보려고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을 비교한다
그림을 그릴라치면 ‘수입 물감, 스케치북, 붓’을 검색한다.
피아노를 칠까? ‘고급 전자 키보드’를 검색한다. (아파트 층간소음 예방 차원이다)
끝이 없다
이런 나를 보며 와이프는 한 소리한다
“당신은 진정한 취미가 쇼핑인 듯?”
“달리기? 그냥 나가 뛰라고. 신발장에 운동화 있어”
“글쓰기? 종이에 적으면 되잖아. 여기 펜 줄게”
“사진? 당신 폰으로 찍으면 되잖아?”
"그림? 서랍장에 애들 물감, 팔레트 써~"
나의 도구와 장비 구입은 비겁한 핑계다
내 마음이 허전하여 도구 뒤에 숨는다
도구를 목적으로 착각하는 완벽한 케이스다
왜 그럴까?
무형의 가치가 가지기 힘든 무형의 가치라 그렇다
위에서 언급한 사진, 달리기, 글쓰기, 그림 모두 무형의 가치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 가능한 물질은 갖기 쉬워서 그렇다
내 것이 된 물건이 주는 안정감과 행복감이 있다
그것은 비싸고 고급질수록 만족스럽다
고급 펜을 들면 이미 글을 쓴 것 같고
비싼 카메라만 손에 쥐어도 이미 명작 사진을 찍은 것 같다
그런데 물건이 주는 만족감은 유효기간이 짧다
어떤 취미를 즐기기 위해 거쳐야 하는
많은 노력과 긴 배움의 기간을 회피하고
돈을 내고 도구와 장비를 사는 행위로 그 대가를 치렀다고 착각하며
취미를 즐기는 척했다
결국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고
진짜 본인이 이루고 싶어 하는
본질에 집중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훈련의 과정을 지나며
발전하는 자신을 칭찬하면서
성장을 느껴야
본질에서 빗겨 난 장비병에서 완치되고
진정한 취미를 즐길 수 있다.
과거 솔비가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명품을 사모으는 낙으로 살았는데
어느 날 집에 도둑이 들어 그녀가 소중히 모은 명품들을 몽땅 털어가서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 삶의 목적을 도둑맞은 상실감과 허탈감에 불면증 까지 생겼다.
그날 이후 솔비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무형의 가치, 지식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절도 사건은 솔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 후 솔비는 연예계를 잠시 떠나 예술을 공부하여 스스로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솔비가 내면의 가치를 추구했더니 더 많은 부와 명성이 따라왔다
솔비 명품 사건과 같이
물질이 주는 만족감은
돈으로 가능하고 즉각적이지만
유효기간이 짧고 분실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물질 가치는 상대적이라 항상 남들 것과 비교 대상이 된다
반면 정신적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성취하기도 어렵지만 그 효과는 더 크고 길다
무형의 가치는
당신이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종류도 무한하고 깊이도 무한하다
당신은 어떤 가치를 이루고 싶은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