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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philia Nov 10. 2024

[영화] 더 룸 넥스트 도어 review

인간답게 품격 있는 작별을 위해선 갖춰야 할 것이 많다?!

성공한 뉴욕 중년 여인들의 우정 그리고 존엄사


[줄거리]

마사(틸다 스윈튼)는 종군기자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성공한 독신 중년이다

그녀의 친구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도 뉴욕에 거주하는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들은 젊은 시절 같은 잡지사에서 일했던 친구이다.

자궁암 3기를 선고받은 마사는 가망 없고 고통뿐인 항암치료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생을 마치고 싶다.

내가 암이라니 덴장..


그럼에도 마지막에 혼자 죽고 싶지는 않으니

나 죽을 때 옆방에 있어 달라며 친구 잉글리드에게 자신의 자살여행 동행을 부탁하고

잉글리드는 고민 끝에 수락한다


 

[감상평 : 스포일러 경고]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이 고민하는

생활비, 병원비, 간병비, 월세, 출근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사는 자신의 죽음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가야 한다며

뉴욕 근교 숲 속에 그림 같은 주택을 (단순히 죽을 장소로) 한 달간 렌트한다

  ✳ 누가 내 집을 빌려 자살한다니, 집주인에게는 무슨 날벼락일까 싶다.

이 정도 전망의 뉴욕내 아파트 자가보유

그녀의 친구 잉그리드 역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라서 그런지

마사가 딸(미셀)과 자신에게 자신의 재산을 절반씩 유산으로 물려준다고 말해도

그깟 것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표정 변화도 없다.

그녀는 돈보다 마샤 책상에서 발견한 마사가 쓴 "종군일기"에 관심을 보이고

마사가 죽은 후 이를 자기 작품 소재로 써도 되냐 묻는다

즉 그녀에게는 당장의 돈보다 창작의 영감이 더 우선이다.


마사는 젊은 시절 만났던 남자친구와 사이에 결혼 없이 낳은 딸과는 남처럼 냉랭하게 지낸다

하지만 그녀는 종군기자로 명성을 날렸고 어느 정도 재산도 일궜다.

  ✳ 그녀는 "딸 성장기 때 일하느라 바빠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라고 변명한다

 

행복한 노후를 앞둔 그녀에게

   나이 든 여성들이 원하는 노후 “딸만 있는 독신녀”다

갑작스러운 자궁암(3기) 선고는 그녀를 절망으로 끌고 갔다.


평소에 건강을 챙겼는데 자궁에 암이 생겨버렸고

튼튼한 심장(다른 몸 부위)은 (어차피 질 싸움임에도) 암과 끝까지 싸울 테니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며 절망했다

뉴욕에서 자리 잡기까지 힘들었는데..

마사가 자신의 경력을 회고할 때

종군기자 시절 자신이 아드레날린 중독이었고

그 긴장을 전장에서 방탕한 섹스로 풀었다고 고백한다.


마사의 종군기자 커리어를 들을 때

전설적인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Robert Capa)”가 생각났다

카파 역시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다가 아드레날린 중독과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후유증으로 도박, 알코올중독, 난교,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에 빠져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산한다.

그는 인도차이나 전쟁터에 촬영 나갔다가 지뢰를 밟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렇듯 종군기자의 전쟁 PTSD와 신경불안증은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주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by 로버트 카파 사진.. 종군기자는 빡세다.


화는 존엄사 이유인 힘든 항암치료 과정도 살짝 묘사하고 지나간다

헛구역질 몇 장면과

핼쑥한 얼굴,

틸다 스윈튼이 원래 말라서 티가 안 난다 

그리고

창백한 메이크업으로는

암투병의 고통을 다 표현할 수 없다


단순 노환을 겪고 있는 부모님을 봐도

노년으로 인한 삶의 불편과 피로, 그리고 삶의 질 하락은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고, 더럽고, 지난하다.


영화의 후반부


마사의 자살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잉그리드는 마사가 자살한 그 집으로 돌아온다

마사의 딸 미셀이 잉그리드에게 찾아와서 둘이 같이 지낸다.

  ✳ 자도돼나? 자살 사건현장 아닌가? 렌트비 환불이 안 되어 그런가?


엄마가 자살한 의자에서 같은 모습으로 누운 미셀과 옆자리 잉그리드를 줌아웃하며

영화는 끝난다



[결론]

이 영화는 존엄사뿐 아니라 전쟁 PTSD, 노년의 삶, 동성애, 환경파괴, 가족관계 문제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아주 가볍게 터치만 한다.


극 중 인물들은

좋아하는 소설 구절을 같이 읊을 정도로 지적이고

죽을 때 쓸 독약은 다크웹을 통해 능숙히 구한다

 ✳ 국내 같으면 철물점에서 농약이나 번개탄을 샀으려나? 

돈 문제나 생계, 직장 때문에 구질구질하지 않다.


주제인 인간의 존엄사(자살)를

아름다운 풍광 속에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묘사하지만

안타깝게 우리에게 도움 되는 답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고 질문은 떠오른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언젠가 끝난다.

우리는 각자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 어떻게 올지도 모르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숙제를..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읊는 구절로 글을 정리한다.



[소설] 죽은 사람들 (the dead)중에서 by 제임스 조이스


His soul swooned slowly

as he heard the snow falling faintly

through the universe and faintly falling,

like the descent of their last end,

upon all the living and the dead.


눈이 부드럽게 살포시

전 우주에, 살포시 부드럽게,

마지막 종말을 향해 하강하듯이,

모든 산 자들과 죽은 자들 위에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도 천천히 희미해져 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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