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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습관성 기독교 신자의 신앙 고백

기성교단 모독적인 발칙한 생각

by 하늘과 우주

나는 여호와 하나님과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다


그리고

매주 주일 예배를 드린다


하지만

내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내가 기독교인인 줄 알아보지 못한다

행동거지가 기독교인스럽지 않은가 보다

(하긴 전도 활동도 안 한다)


내가 국민학교 3학년 즈음

같은 반 여사친의 (별 사심 없이 한) 전도에 의해

(나 역시 별 사심 없이) 다니기 시작한

동네 교회 출석이 내 신앙생활의 시작이었다


10살 무렵부터 지속된

나의 종교는

신앙이라기보다

오래된 습관이다


당시 내가 나가기 시작했던 교회는

큰 도로(왕복 8차선) 건너편

상가 3층에 위치한 개척교회였는데

나의 부모님은 라이드는커녕

초3과 초1 형제를

너네끼리 걸어가라고 쿨하게 보냈었다


큰 건널목 건너는 길을

어른도 없이

10살짜리에게 7살짜리 동생을 딸려 보내다니

확실히 당시는 야성의 시대였던 듯하다

*불법 과외하다 걸리면 양쪽 아버지를 직장에서 해고시키던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니 나와 동생이

교회 가겠다고 말했을 때

당시 기독교를 믿지 않던 부모님은

“공짜 돌봄 봉사 로구나!"

(요즘 표현으로) "개꿀~!" 하며 보냈을 듯싶다


“맨날 싸우는 지긋한 것들, 일요일 아침 몇 시간이라도 안 볼 수 있겠네~”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수십 년간 이어온 신앙에 반해

철저히 목숨 걸고

주일 예배를 지키는 사람은 아닌지라

*이를 업계용어로 “주일성수”라고 한다 (성스럽게 지킨다는 뜻)


난 불특정 하게 여행 가거나 모임이나 약속이 생기면,

그리고

애들은 학원수업, 모의고사, 시험기간 직전 벼락치기 등 급한 사정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주일예배를 빠진다


한마디로 날라리 신자이고

습관적 예배자다


**수십 년간 주일예배를 결석하지 않고 지키는 무섭게 신실한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나에게 주일예배는 오래된 버릇 같은 거라

어쩌다 (늦잠이라든지 아프다던지)

예상치 않게

일요일 아침

교회를 안 가고

그 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면

아주 마일드한 공황 상태에 빠진다


언젠가

어쩌다 일요일 아침에

교회를 안 가고

코스트코에 간 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주차 힘들고 사람 많던 양재 코스트코가

주일(일요일) 아침에는 사람이 없고 주차장도 한산했다.


마치 일요일 오전은 기독교인들이 사라져서 모든 것이 한가한

“불신자들 만의 보너스 타임”이었구나!라는 걸

그제사 알아서 화가 났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대기업에만 20년 근무하고 나니

모든 것이 회사 조직으로 비교된다


교회가 회사라면

개척교회는 스타트업이고

대형교회는 대기업이다

목사는 창업자 겸 대표이사고,

장로는 사내 이사회 멤버다


그럼 교회의 마케팅 부서는 어딘가?

교회의 마케팅은 교인들의 헌금을 독려하는 건가?

새 신자 전도인가?

교회의 소유 지분은 어떻게 산정하지?

그럼 대주주 요건은 뭘까?


또 주일 예배마다

장로님들이 번갈아 가며 단상에 나와 대표기도를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주일예배의 신도 대표기도인데

A4용지에 프린트해 온 것을

돋보기안경 쓰고 읽는 것이 기도인가?

저 기도는 며칠 전에 완성해서 프린트했을까?

대표 기도자 본인이 직접 작성했을까?

내용은 목사님이 사전에 검토, 재가하는 건가?

대표기도 내용 중 6월 대통령 선거 내용이 나오는 게 적정한가?


차라리 대표기도가 아니라

저 장로님 에세이 낭독회 또는 발표회 아닌가?

이걸 기도라고 해서 단체감상(?)하는 게 맞나?

기도자는 눈뜨고 나머지는 눈 감고 하는 게 기도 맞나?


기도하고 있는 저 장로님은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을까?

장로가 되기 때까지 헌금을 얼마 했을까?

(교회 내 파벌이 있다면) 저 장로님은 어느 파벌 소속일까?


예배 중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싶다


부연 설명하면

나의 반 공동체적 성격과 반골기질로는

구역예배나 성경공부가 불가능했다 (노력은 했었다)

나의 독선과 교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이프는

나의 이런 신앙생활 태도를 안타까워하며

마치 사탄의 꾐에 빠진 탕자가 타락한 것으로 생각하고

하루빨리 회개하고 되돌아오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


십몇 년 전

나는 어떤 목사의 설교를 듣고 감명하고

그의 책을 읽으며 말씀을 묵상했었다.

그의 설교와 책은 새로웠고 통찰력 있고 명쾌했다


하지만 얼마 후 성추문 사건이 터졌고 그 후 해당 목사의 대응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내 신앙과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 외에도

교회 세습, 목사들의 성추문, 정치 행위, 이단 논란 등

기독교 교단에 실망할 일들은 줄줄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기독교 신앙은

나와 하나님(예수님) 간의 개인적 소통이 메인이고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목사, 설교, 공동체 생활 등 그 외 것들은 부수적이다


기독교 신앙은 절대적 가치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의심과 가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정치와 과학과는 분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앙조차도

의문이나 고민 없는 절대 가치는

결국 변질되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신앙이라 해도

끊임없이 스스로 되묻고

고민하며

맞는 방향인지

기도해야 한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종교로 인하여

저질러진

학살과 비극은

지구 곳곳에서

셀 수 없이 많았고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스스로 되묻고 고뇌하지 않으면

목사가 아닌

신의 대리자를 빙자한

사이비 교주의

가스 라이팅 피해자

또는

앞잡이 같은 가해자가

되기 쉽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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