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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염색할 결심

자연스럽게 늙는 모습으로 살고 싶었으나 겉모습에 굴복한 이야기

by 하늘과 우주

염색을 안 한 이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시작하면 웬만하면 멈출 수 없는 염색을 하기 싫었다


이외 여러 이유로 머리 염색을 미뤄왔다


돈과 시간이 아까운 건 차치하고

염색을 시작하면 당장 내 모습을 1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지만

염색을 멈추는 순간 다시 20년쯤 늙어 보이는 게 더 싫었다


하지만

새치가 전체 머리털의 50%에 육박하니

머리스타일이 더 부산(?)해 보이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노화를 멈출 수 없듯

나의 새치가 늘어나는 것도 멈출 수 없었다


염색할 결심을 하고

선거날을 이용해 염색했다


내가 회춘한 날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재명이 되었다

내 머리칼은 새카매졌으나 씁쓸함은 피할 수 없었다


조만간 시간이 지나면

모발 뿌리부터 흰머리의 띠가

스컹크 등 줄무늬 마냥 올라올 것이다.


이는 나의 게으름(?)과 숨기지 못하는 노화의 증거가 될 것이다


미용 업계의 “안티 에이징”이라는 광고는 공허하다

요즘 유행 중인’ 저속 노화’라는 말도

결국 인간의 욕망 아닐까?


우리는 DNA와 생활습관 조합을 통하여

각자 속도로 늙어간다


아무리 애써봐야 DNA가 우선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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