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알려준 어느 가족의 이야기
지난 9월, Rotterdam Euro Port 입항 중, 잊을 수 없는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입항을 위해 Pilot Station - 항만에서 선박을 도선하는 도선사가 승선하는 포인트 -으로 이동 중이었는데 Port Control이 도선사 승선시, 여섯 명의 인원이 본선에 오른다는 교신을 보내왔다. 이런 상황에 처음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통상 도선사는 혼자 승선하거나 많아도 두, 세 명(그나마 하나 둘은 연수생)인 경우가 많은데 여섯이라니. 교신을 함께 들었던 모든 이들이 갸우뚱했지만 뭔가 자기들끼리 본선에서 할 일이 있는 모양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여간 평소와 다른 내용을 듣고 향한 파일럿 스테이션에서 정말로 여섯 명의 사람들이 본선에 올랐다. 그것도 넷은 여성에 한 명은 ENG 카메라를 든 카메라맨. 알고 보니 오늘 승선한 도선사 DE HAAS 씨는 오늘 우리 배를 마지막으로 30여 년의 도선사 생활을 은퇴하는 사람이었고 함께 승선한 네 명의 여성은 그를 평생 내조해온 아내와 세 딸이었던 것. 그의 은퇴를 기념하고자 로테르담 항만은 항만 방송을 통해 그의 마지막 승선을 취재하였고 가족들은 본선의 선교에서 그의 마지막 도선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항만으로 들어가는 동안, 만났던 모든 선박들은 그의 30년을 우렁찬 기적소리로 축하해주었고 예인선들은 떼로 몰려나와 물을 뿌려대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밝혀주었다. 본의 아니게 기념의 한 복판에 놓인 우리 역시 그와 굳센 악수를 하며 그의 마지막을 본선에서 장식하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지.
은퇴를 사람으로써의 역할 마저 끝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시간이었다.
모쪼록 그와 그의 가족의 앞날에 늘 행복이 함께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