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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성 May 13. 2016

세상을 향해 뻗은 손

사라지는 것들을 만나며

Photo By Skyraider
삼청동

한때는,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불편한 안테나를 세우던 시절이 있었다.
지직거리며 제대로 나오지 않던 TV수상기 앞에서 우울해할때, 옥상에 올라간 아버지 손에 세워진 안테나를 통해 집안으로 전해져오던 세상사는 이야기의 물결에 감격했던 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벼락치고, 뇌성벽력이 치던 날이면 행여나 번개가 안테나타고 들어와 TV를 망쳐놓을까봐 노심초사 했던..
정말 별걱정을 다하던 꼬마였다, 나는.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져서 컨버터에 연결되어 보얗게 피어난 여배우의 볼살 땀구멍까지 살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기술의 진보가 놀랍다가도 이내 맘 한 켠이 우울해지는 것,
Digital 영화관에서 감동하고 나와서도 웬지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올라가던 필름영화관이 그리워지던..그런 향수인가보다.

길을 걷다가,
안테나를 만나고 생각이 많아졌다.
저 세상을 향해 뻗은 알미늄 손이 사라져버리면서,
우리도 이웃에게, 사람들에게 뻗어야할 손을 접어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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