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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성 May 14. 2016

양화진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 몸을 뉘인 선교사들의 안식처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지

1890년 7월 26일,

고종의 시의였던 의료선교사 존 헤론이 이질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이 땅에 그 몸을 뉘이면서 당시까지 오지나 다름없던 조선 땅에 오직 '예수'라는 두 이름을 위해 들어와 있던 선교사들도 하나, 둘 묻히기 시작한 곳이 바로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지다.


양화진은 바로 그들이 들어오기 직전 수천, 수만의 천주교신자들이 단지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무수히 죽임을 당했던 공간이니 애초 그들의 안식처가 되기 전부터 크리스트교 신자들의 피가 맺힌 성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양화진에는 천주교의 절두산 순교성지와 개신교 선교사묘지가 서로 이웃하여 마당 하나를 사이에 놓고 함께 자리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양화진은 내가 가장 자주 찾는 공간 중 하나가 되었다.


스스로가 예수를 믿는 신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고향도 아닌 이역만리 외딴 나라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찾아와 마침내 그 십자가를 내려놓고 자신들의 몸까지 뉘인 그들의 모습에서 용기를 찾고 싶기 때문일까…


어찌되었건 인생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묘지에서 새로운 출발을 꿈꿀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신께서 주신 선물이라 여겨진다.


“See, my servant shall prosper, he shall be raised high and greatly exalted.”

“보라, 나의 종은 성공을 거두리라. 그는 높이 올라 숭고해지고 더없이 존귀해지리라.” (이사야 5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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