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용감한 다람쥐

시나래 마을의 네 번째 이야기

by 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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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어!”


용기의 말이 다롱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걸까요. 다롱이는 여전히 높은 곳이 무서웠어요. 나무타기 실력을 뽐내는 시나래 마을의 용감한 다람쥐들 중 하나인데도 말이에요. 모두 타는 나무, 다롱이만은 절대로 탈 수가 없었죠. 나무를 못 올라가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어요. 나무 타는 실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죠. 문제는 30cm만 올라가도 두려움에 벌벌 떨고 만다는 것이에요.


오늘도 쿵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는 다롱이. 다롱이는 발갛게 부어오른 엉덩이를 붙잡고 낑낑댔어요. 너무 아파서 소리도 낼 수 없었죠. 다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롱이를 바라보네요.


“괜찮냐?”

“한두 번도 아니고. 괜찮지 뭐.”


다롱이는 애써 웃어 보입니다.

솔직히 괜찮을 리가 있나요? 다롱이는 전혀 괜찮지 않았어요. 다들 자신감을 가지면 나무타기쯤은 쉽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지만, 아니오. 다롱이는 그렇게 다른 다람쥐들이 말할 때마다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모른 척 흘려들었답니다. 자신감이 있으면 쉽다고요? 나무타기쯤은 껌이라고요? 다롱이는 말도 안 된다고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속이 울렁이기 시작했어요. 손과 발로 나무껍질을 타고 오를 때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바닥과 하늘이 뒤섞이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어요. 몸이 후들거렸고 손이나 발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이 바닥이 되고 말았죠.

맞아요. 다롱이는 나무를 타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탈 수 있을 거라며 응원하는 모두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말 것이라는 걸, 다롱이는 알고 있었어요. 다롱이는 할 수 없어요. 할 수 있을 거라고 실낱의 기대를 품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어요. 전날보다 조금 더 올라가도, 그다음 날이면 더 낮은 곳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어요. 몇 날 며칠을 매일같이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았죠.


다롱이는 터덜터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롱이는 다른 다람쥐들과 함께 시나래 마을의 가장 큰 나무에 집을 짓고 살고 있어요. 다들 나무의 중간이나 위쪽에 집을 지었지만 다롱이는 가장 아래에 문을 내고 살고 있었지요. 다들 너무 시끄럽지 않겠냐며 걱정했지만, 다롱이는 그곳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다들 집에 오가며 다롱이에게 인사를 건넸거든요. 모두와 하루하루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답니다. 이미 더할 나위 없이 가깝긴 했지만요. 다른 주민들도 다롱이가 1층에 사는 게 퍽 마음에 들었답니다. 혼자서 잘 생활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도 좋고, 또 엄청 좋은 냄새가 매일같이 풍겼기 때문이에요.


다롱이의 취미는 바로 빵을 굽는 거랍니다. 나무타기를 연습하고 지친 마음을 항상 빵을 먹으며 풀었어요. 먹고 싶은 빵을 이것저것 굽다 보니 어느덧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답니다. 다른 다람쥐들도 다롱이의 빵 냄새를 맡고 종종 찾아오곤 했어요. 다양한 음식들을 들고 말이에요. 다롱이는 즐거워하며 주민들에게 빵을 나누어주곤 했답니다. 다롱이가 제일 좋아하고, 또 다른 다람쥐들에게도 제일 인기 많은 빵은 바로 도토리 빵이었어요. 도토리를 가루 내서 밀가루와 섞고, 달걀도 툭툭 까서 넣고, 우유도 자박자박 해질만큼 넣었지요. 그다음 설탕 조금, 소금 한 꼬집. 이것저것 재료와 함께 섞인 뒤 부풀어 오른 반죽을 맛있게 쪄내면 쫀득쫀득한 도토리 빵이 완성된답니다. 특별히 피곤한 날인 만큼 특별히 맛있는 도토리 빵이 필요했어요. 땡, 타이머 소리가 나자마자 다롱이는 황급히 찜기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잘 익은 빵을 꺼냈지요. 빵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풀풀 풍겼답니다.


“맛있어….”


다롱이가 한 입을 크게 베어 물고 눈을 빛내며, 행복에 젖어 들고 있을 때였어요.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요. 다롱이의 도토리 빵 냄새에 몰려든 다른 이웃들이었답니다.


“다들 줄 서세요!”


날이 저물고, 시나래 마을에도 불이 하나둘 꺼져갔어요. 시끌벅적했던 하루가 잠에 들 때에요. 다롱이는 머리맡의 작은 등을 켜두고 시나래 마을의 밤을 바라보았어요. 낮과 반대로 어둠이 가라앉은 시나래 마을의 하늘 위에는 별들의 도시가 펼쳐지거든요. 다롱이는 숨을 죽이고, 바람의 숨소리를 들으며 딱 하나 남은 도토리 빵을 꺼내 들었어요. 오른손에 쥔 따뜻한 우유와 함께요. 도토리 빵을 입에 가득 물고 우유를 잔뜩 마시면 정말 최고거든요. 이보다 완벽한 음식은 없을 거예요. 긴 밤을 건너기에 말이지요.




“다롱. 그렇게 먹지 말라니까!”


엄마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다롱이의 컵을 뺏으려 했어요. 다롱이는 컵을 들고 재빠르게 피… 하지 못했어요. 엄마가 더 빨랐거든요. 바로 잡혀버렸지요. 다롱이는 볼을 통통하게 부풀렸답니다. 입안에 잔뜩 넣은 우유와 빵 때문인지 아니면 토라져서 그런 것인지 구별하기는 어려웠어요. 엄마가 털을 잔뜩 부풀리며 잔소리를 시작하자, 다롱이는 입안에 있는 음식물을 꿀꺽 삼키더니 씩 웃고 창문으로 도망쳐버렸답니다. 몸은 조그마한데 나무들을 오르락내리락, 어른들 말은 잘 듣지 않는 장난꾸러기 다롱이는 상수리나무 숲의 유명인사였어요.


“저거 저거, 저러다 큰일 나지.”


어른들은 다롱이를 보며 혀를 끌끌 찼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다롱이는 부러움을 사는 다람쥐였지요. 다롱이처럼 날쌘 꼬마 다람쥐는 없었거든요. 그날도 숲을 몇 바퀴 뛰어다녔는지 몰라요. 폭풍이 몰아치고 번개가 나무들을 수없이 무너뜨렸던 그 날도요.


거친 비에 나무가 무너지고, 그 위에 다시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은 번쩍이는 번개 외에 빛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침침한 구름으로 덮여 있었어요. 비명과 울음 모두 빗소리에 갇혀 새어 나오지 못했답니다.

오랫동안 계속되던 비가 멈추고 나서도 상수리나무 숲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던 다람쥐들의 웃음은 돌아오지 못했어요. 남은 몇몇은 그래도 상수리나무 숲을 지켰고, 또 다른 다람쥐들은 그곳을 떠나 다른 마을들로 향했죠. 다롱이는 친척 어른들의 손을 잡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시나래 마을로 오게 되었어요.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던 날이었답니다.




또다시 아침이네요. 다롱이는 오늘도 나무 타기 연습을 하러 나갔답니다.


“형! 오늘은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꼬맹이 다람이가 다롱이를 보며 씨익 웃었어요. 다롱이는 “응.”이라며 결심한 표정을 짓고 나무 기둥을 움켜쥐었죠. 땅에서 다리를 떼려니, 몸이 마구 진동했어요. 다람이는 빨리 오라는 듯, 코를 찡긋거리며 나무를 쑥쑥 올라갔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다람이는 나무를 뛰어다니며, 다롱이는 나무 밑동에서 씨름하며 보냈답니다. 달곰카페에서 커피 온천을 즐기겠다며 나선 다른 다람쥐들은 하루종일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어요. 다람이는 커피 향이 싫다며 함께 가지 않았지요. 그래서 오늘 나무들은 다롱이와 다람이 차지였어요. 여유롭게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다른 다람쥐들이 없으니 조금 심심했어요. 다롱이는 자신의 몸만큼 나무를 올라와서 나무를 꽉 잡은 채, 오늘은 여기까지 연습할지 더 할지 고민했어요.


그때 위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어요. 다롱이가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보니 다람이가 나무 사이에 끼인 다리를 붙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죠.


“형…. 형. 도와줘.”


다리만이 가지 사이에 끼여 대롱대롱 매달린 채 소리치는 다람이는 곧이라도 곤두박질칠 것 같았어요.


“다람아!”


다람이를 보고 다롱이가 황급히 나무를 붙잡고 한 발 한 발 위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급한 마음에 빨리 다람이에게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형! 다리가… 다리가 너무 아파.”

“괜찮아? 형이 갈게.”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


다람이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어요. 다롱이는 다람이가 너무 걱정됐지요. 주변에 다른 다람쥐들도 없고, 다람이를 도와줄 다람쥐는 다롱이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나무의 중반까지 왔을 때 다롱이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어요. 아래를 보면 구역질이 나고, 귀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어요. 다롱이는 눈을 질끈 감았지요.


‘한 발짝만 더!’


빗소리, 나무가 무너지는 소리. 어둠이 다롱이를 흔들었지요. 눈을 감아도 떠도, 나무가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았어요. 다롱이는 도저히 더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형….”

“다른 어른들을 불러올게.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말했지만, 다람이를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었어요. 다람이는 잔뜩 겁이 먹은 채로 다롱이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다람이의 발은 이제 거의 나무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어요.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죠. 다롱이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채 갈등하고 있었어요.


그때 휙, 하고 검은 고양이가 나무 위로 튀어 올랐어요. 가볍게 나뭇가지들을 밟아가며 다람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어요. 그리고 다람이를 조심히 들고 다시 땅으로 내려왔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다롱이도, 다람이도 어안이 벙벙했어요.


“가…감사합니다!”


다롱이는 고개를 연신 숙였어요. 다람이도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고마워했지요. 검은 고양이는 고개를 까딱이고는 왔던 것처럼 또 금세 어딘가로 가버렸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고양이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다롱이는 다람이를 부축해 집으로 돌아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답니다.


다람이는 괜찮다고, 형이 노력한 걸 안다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다롱이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어요. 빵을 씹으며, 다롱이는 큰 슬픔에 빠졌답니다. 다람이에게 정말로 큰일이 일어났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상상하게 됐어요. 다롱이는 너무 괴로웠답니다. 친한 동생을 구하지 못한 일도, 자신이 절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점 모든 것이요.



“흠 이 빵은 꽤 맛있군.”


사자 할아버지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미소지었어요. 할아버지 취향에 맞는 굵직한 소시지가 든 빵이랍니다. 할아버지는 다롱이가 만든 다른 빵들은 딱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꽤 입에 맞았나 봐요. 다롱이는 항상 마음속으로 깐깐하다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이번에는 인정을 받았으니 불만도 잠시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럼 나도 답례를 해야지.”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롱이에게 큰 밀가루 포대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다롱이가 사자 할아버지를 매주 찾아가는 것도 이 이유였어요. 바로 사자 할아버지가 직접 재배하고 빻아서 만드는 밀가루 때문이었지요. 사자 할아버지가 항상 정성을 다해서 키워서인지, 마트에서 파는 밀가루보다 훨씬 맛있는 빵이 만들어졌어요. 다롱이는 통통한 볼을 옆으로 늘리며 길게 웃었어요. 밀가루를 받은 다롱이는 행복해 보였답니다.

할아버지와 다롱이는 모종의 거래를 마친 후 즐거운 티타임을 이어나갔어요. 할아버지는 소시지 빵을 다롱이는 도토리 빵을 먹으며 따뜻한 차를 한 잔씩 홀짝였지요. 할아버지의 잔은 다롱이의 몸만 했답니다. 다롱이의 컵은 반대로 할아버지의 손톱보다도 작았지요. 크기가 다른 둘이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따뜻한 차와 빵을 곁들이는 이 시간은 둘 모두 기대하던 순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일 주일 동안 어떤 식물을 키웠는지, 밀은 또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이야기를 늘어놓았답니다. 사자 할아버지는 식물 기르는 것을 좋아해서, 작은 꽃집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틈만 나면 화를 내는 분이라 많은 주민이 찾지는 않지만요. 한 주민이 사자 할아버지에게 꽃을 샀다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 입 베어 무는 바람에 사자 할아버지의 숨겨진 송곳니를 마주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다롱이는 할아버지가 불같지만, 또 엄청 시원시원한 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표현을 잘 못 하셔서 그렇지, 마음만은 따뜻한 분이었어요.


“안 하는 건 어떠냐?”


다롱이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자 할아버지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했어요.


“네? 할아버지, 제대로 안 들으셨죠? 다람이가 죽을 뻔했다니까요!”

“그러니까. 그런 일까지 일어났는데도 못 올라갔잖아. 그럼 못 올라가는 거지.”

“그러니까, 극복해야죠.”

“아니지. 포기해야지. 정 안 되는 건 포기 해야 해.”


다롱이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어요. 속으로 ‘전 다람쥐인데요.’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포기해. 아무리 봐도 넌 나무타기에 재능이 없어.”

“아니 뭔 재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나무를 못 타면 뭐 어때서 그래? 나도 못 탄다.”

“아니 할아버지는 사자고, 전 다람쥐인데….”


할아버지는 여전히 콧김을 내뿜으며 툭 이야기를 던졌어요.


“다람쥐인 게 뭐. 어차피 이 마을에는 다람쥐 말고도 다른 동물도 많으니 별 상관없지 않냐. 나무를 못 타면 다른 잘하는 거 하면 되지.”

“다른 잘하는 거요?”

“그래.”

“그게 뭔데요.”

“몰라, 그건 네가 생각해.”


다롱이는 고민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할아버지의 뒤로 갔어요.


“저 잘하는 거 있어요.”

“뭔데.”

“할아버지 놀리기!”


꼬리를 잡아당기고 도망가는 다롱이. 사자 할아버지가 포효하며 화를 내자, 하나 남은 송곳니가 빛을 받아 반짝였어요.


“포기해.”

“아 또 그 말이에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 그런데 그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주변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면 안 하는 게 나아. 그럴 바에야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낫지. 하고 싶은 거, 잘하는 거, 잘 할 수 있는 거, 그거 해.”

“다람쥐가 나무 타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건데요.”

“당연한 건 없어. 이 나이 먹어봐라. 이 동물 저 동물 있는데, 나무 못 타는 다람쥐가 뭐 특별한 줄 아니? 하고 싶은 거 해.”


다롱이는 밀가루 포대를 끌며 돌아가는 길, 계속 사자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꽁한 기분이 되었지요. 발에 밟히는 돌들을 계속해서 툭툭 치며 앞으로 나아갔어요. 나무를 못 타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사자 할아버지는 몰라요. 사자니까 뭘 알겠어요.


‘못된 사자.’


다롱이는 혼자서 혀를 쑥 내밀고 흥, 하며 사자 할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어요.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거. 그게 중요한 거 누가 몰라요? 하지만 다람쥐가 나무는 타야죠. 기분이 나쁘니 집에 가서 맛있는 빵을 구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롱이는 발길을 서둘렀답니다.


시나래 마을의 일 년 있는 축제의 날. 동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특기를 뽐낼 수 있는 작은 점포를 열었어요. 곰 아저씨는 매년 꿀을 잔뜩 넣은 달달한 꿀 커피를 팔았고, 딱따구리 아주머니는 나무 조각상들을 팔았지요. 먼 곳에서도 놀러 오는 꽤 큰 축제였어요. 그래서 시나래 마을의 자랑인 500년 나무에 살고 있는 다람쥐들도 분주해졌답니다.


“우리는 뭘 할까?”


3층에 사는 다람쥐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였어요.


“뭐, 저번에 했던 도토리 빨리 담기 대결 어때요?”


5층 신혼부부가 코를 맞대고 말했어요.


“그건 인기가 별로 없었잖아. 너무 큰 동물들은 도토리 줍기 어려워했고, 작은 동물들은 속도가 느리고….”


가장 꼭대기 층의 퉁명스러운 다람쥐가 눈 사이를 찡긋거렸어요.


“그러면 도토리 따기 체험장은 어떨까?”


성격 좋은 다람쥐 아주머니가 옷을 털며 일어났어요. 모두 작년 한 손님을 떠올렸지요. “도토리 따는 걸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라며 아쉬워했던 한 어린 기린 손님을요. 별다른 특별한 의견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올해 축제 참가 종목은 도토리 따기 체험장으로 결정되었어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답니다. 다들 다롱이를 돌아보았어요. 다롱이는 입을 이상하게 모으고선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답니다.


“다롱이는 그럼 뭘 하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나무 타야 하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음… 카운터도 봐야 하니까. 다롱이가 카운터를 맡으면 되겠지?”

“그럼 영감은…. 영감님이 좀 뛰어야겠소이다.”

“아유. 뭔 이런 것까지 다 해야 한다고 그래. 영감님은 축제 좀 즐기면 되지.”


할아버지는 다람쥐들의 머쓱한 표정을 쓱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왜 빠져야 하냐?”


그러고선 느릿느릿 다롱이에게 다가가서 지팡이로 다롱이를 툭툭 두드렸어요.


“젊은 녀석이 몸도 좀 움직이고 해야지. 카운터는 안 준다.”

“아… 네.”


다롱이는 당황하며 눈을 굴렸어요.


‘그럼 난 빠지는 건가?’

“너는 뭘 할 거냐?”


할아버지 다람쥐가 고민하는 다롱이에게 물었어요. 수군거리던 다른 다람쥐들이 소리를 죽였지요.


“네?”

“다롱이 너. 넌 뭘 할 거냐고.”

“아… 뭐….”

“요새 젊은 애들 보니까 체험하는 곳에서 뭐 먹기도 하고 그러던데. 도토리 빵 팔면 홍보에도 도움 되지 않겠냐?”


다롱이는 당황했어요. 체험장에서 도토리 빵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걸 하는 것은 아닐까 주변 다람쥐들 눈치를 보았지요. 하지만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어요.


“좋은데? 동물들도 더 좋아하겠다.”

“오오…. 대박 조짐!”


다람쥐들은 모두 모두 대 찬성!


“도토리 빵이 더 인기 있는 거 아니야?”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도 했지요.


그리고 축제 당일날, 시나래 마을의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다람쥐들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대성공이었지요. 키가 큰 동물들도, 작은 동물들도 도토리 따기를 즐거워했어요. 나무를 타지 못하는 작은 동물들은 스태프 다람쥐들의 도움을 받아서 도토리를 딸 수 있었지요. 도토리 빵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어린 다람쥐들은 자신이 딴 도토리를 품에 한가득 안고, 엄마 아빠에게 도토리 빵을 사달라며 졸랐지요. 도토리 빵의 고소한 향기에 이끌려 온 손님들도 적지 않았답니다. 그들은 도토리 빵을 먹으며 다른 동물들이 도토리 따기 체험을 하는 것을 보다가, 도전해보기도 했답니다.


축제가 끝나고, 몇몇 가게들은 더욱더 인기를 끌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어요. 또 어떤 동물들은 축제를 하고 나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지요. 뭐, 도토리 따기 체험장을 성공적으로 끝낸 다람쥐들은 축제의 추억은 뒤로하고 다시 저마다의 생활로 돌아갔지만요. 다람쥐 중 누군가는 어쩌면 도토리 따리 체험장을 차려볼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축제 이후, 다롱이에게도 변화가 생겼어요. 시나래 마을의 인기 있는 빵 가게를 운영하는 오소리 부부가 다롱이를 찾아온 거예요.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가지고 말이죠. 오소리 부부의 빵집은 유명했지만, 곤충이 들어간 빵만 팔아서 불만 있는 손님들도 꽤 있었어요. 다롱이는 오소리 부부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자신의 도토리 빵을 많은 동물들에게 소개할 기회니까요.


다롱이는 출근하기 전까지 들뜬 마음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답니다. 밤마다 도토리 빵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고민에 빠졌거든요. 또 도토리 빵이 인기를 끌면 다른 빵들도 팔아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다롱이의 빵들이 인기를 끌면…, 어쩌면 자신만의 빵집을 차릴 수 있을지도요.


‘가게 이름은 뭐로 할까….’


밤이 깊어갔지만, 다롱이는 도토리 빵과 우유 없이도 행복한 어둠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겁 많은 다람쥐 다롱이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 용감한 다람쥐일지 몰라요. 모두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잖아요. 물론, 이건 다롱이 생각이었답니다. 다롱이는 즐거운 얼굴로 도토리 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어요.


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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