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연 하나 듣겠다고 엄마들 50여 명이 아이들을 떼어 놓고 한 자리에 모였다. 장소는 서울도 아니고 파주였다. 서울에서도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리고 강연 시간만 2시간. 욕심내서 엄마들과 잠깐이라도 수다 떨려면 반나절을 각오해야 한다. 모임의 피날레는 티타임이 아니던가. 김영사 4층에 자리 잡은 넓은 강연장을 가득 채웠던 걸 보면 우리 엄마들은 아마도 필사적으로 발걸음 했다고 할 수 있다.
평일이 아닌 주말에 아이와 분리되는 시간을 가지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 귀한 시간에 우리는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남편 반응을 가장 많이 물어댔다.
"누가 아이를 돌보고 있어요?"
"남편한테 연락 아직 안 왔어요."
"빨리 오라는 문자가 결국 왔네요. 허허허."
이런 식의 남편 반응을 주고받으며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엄마들. 엄마 팔자가 이렇게 서러워서야 어디 살겠나?
우리는 남편 눈치를 왜! 왜! 왜! 봐야 하는가? 엄마 사람 인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담긴 여행 육아 에세이를 한 권 냈고 그 책에 <엄마 자유시간 만들기 프로젝트> 표까지 만들었던 나 역시, 남편 눈치를 봐야 했다. 5년간의 길고 긴 투쟁 끝에 이제는 흔쾌히 "알았다!"라고 나 홀로 외출을 지켜보는 남편이지만 눈치는 보게 된다. 연락이 아예 없으면 어찌 더 불안하다. 좋은 마음이 몇 시간 동안이나 이어져서 사진 한 장 보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남편들은 두 시간 정도만 지나도 꼭지가 돌지 않던가. 서로 상한 마음을 주고받다가 '너는 돈을 바네 안 버네' 식의 멘트가 튀어나와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더라도 남편들은 아이들 돌보는 순간에 결국 불만을 호소하게 돼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보통은 그렇다. 엄마들은 이를 악 물고 견디는 일상이 당연한 일상인데 아빠들은 참아볼 생각도 많이 하지 않고 우리에게 덜컥 화부터 내니 엄마 사람은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자유를 준 데 대해 우리는 남편에게 고마워했다. 가는 도중에 "본인이 몸상태가 너무 안 좋다. 진짜 출발한 게 맞느냐"라는 메시지를 받긴 했지만 긴 호흡을 가다듬으며 애써 좋게 좋게 생각했다.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명분으로 나간 외출인데도 놀러 나간 사람 취급받는 게 싫은 나도 속은 약간 상했지만 엄마들과 행복한 순간을 가지고 왔으니 마음을 곱게 쓰기로 했다. 강연을 듣고 온 시간도 나에게 진정 힐링이었으니깐. 집에 도착하자마자 표정이 살짝 어두운 남편에게 다가가 오버스럽게 얼굴을 어루만져주고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떡 하나라도 더 주는 심정으로 며칠 내내 진수성찬을 차려주고 있다. 아이고 내 팔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