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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수니 Oct 18. 2020

떠수니 한글놀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대규모 장기 한글놀이 스터디가 시작됐다. 일명 '떠수니 한글놀이 프로젝트!' 160명의 엄마와 아이들과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 생각을 하니 가슴 벅차다. 이번에 기획한 한글 놀이 프로젝트는 '한글 떼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음소 하나하나 소중하게 소중하게 들여다 보기 위해 만났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한글을 평생 아름답게 품고 살아야 한다. 아이를 아름다운 한국인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부모로서 첫 단추를 잘 꿰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글을 빨리 해치우고 싶은 엄마의 의무를 다하려는 욕구가 큰 분들껜 죄송하지만 신청을 받지 않았다.  


한글 스터디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발달 단계에 맞는 접근법’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발도르프(Waldorf) 교육' 방식을 수년 동안 접해온 나로선 한글조차 아이답지 못하게 배우는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국내 한글교육 시장을 보노라면 아이들이 유아기 때부터 수능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 기계로 보였다. 큰 아이가 호불호가 분명하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한글을 들이미는 일에 겁을 먹기도 했지만 다른 엄마들 따라 워크북을 사두고 글자를 자꾸 물어보게 되는 과정에서 아이를 잡지 않을까 싶다. 스티커를 붙이게 하더라도 내 아이에게는 실패할 가능성이 99%였다. 그 유명한 '한글이 야호'도 안 보는 아이었다.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낼지 공교육에 보낼지 고민이 커갈 즈음 『하늘에서 온 글, 한글』(수신제) 책을 알게 됐다.


발달 단계를 거스르지 않아야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세상을 알아갈 의지를 가진다. 이 책에서도 조기 교육과 선행 학습은 인성 교육을 거스를 뿐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력 형성에 모두 장애를 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터디를 참여하고 싶다는 5세 엄마들도 많았지만 최소 연령 조건을 6세로 내걸었다. 아이들이 실컷 더 뛰고 놀며 몸으로 세상을 알아가야 할 시기니 말이다. 발도르프 관점에서 보면 5~7세 아이 발달 상으로는 지식적인 접근이 바람직하지 않은 시기다.





한글에 눈을 뜨기 시작한 6세 큰 아이와 스터디를 하면서 암기식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도 공유하고 싶었다.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에게 한글은 이렇게 가르치세요'라는 영상을 유튜브 오은영TV에 올리면서 통문자로 일찍 문자를 깨우친 아이들이 있다면 그 아이들은 뇌에서 시각적 처리 능력이 뛰어난 유형이라고 말했다. 타고난 뇌를 가진 아이가 아니라면 여타 인지학 이론에서도 강조하듯 미취학 전 아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문자'라는 논리적인 개념을 주입하기보다 형상화와 자신의 몸 움직임을 통해 접할 필요가 있는 시기라고 책에서도 언급한다.



핀란드에서는 8세 이전 문자 교육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한국 교육 실정 때문에 시작은 하지만 이왕이면 최대한 감성적인 접근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책에서 강조한 대로 문자 이해가 체험과 감성에 스며들어 내면화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개념이 체험과 감성이라는 토대를 닦고 한글 공부를 한다면 함께 한 아이들 모두 책에서 말한 기대효과를 누릴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잠재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모든 행위를 섬세하게 어루만져주는 발도르프 교육! 개인적으로도 감사한 점이 많은 교육을 한글과 접목시켜 어떻게 알릴까 고민이 많았는데 우리가 기본 교과서로 삼은 이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한글을 다른 문자와 다르게 왜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담아두었다.



"글자를 대할 때도 형상화와 자신의 몸 움직임을 통해 접하는 것이 꼭 필요한 때다. 이유도 모르는 순서를 외워 음소를 암기하고 그 결합된 음절과 낱말을 다시 암기하는 식의 문자 교육은 사유 능력을 자극하기는커녕 상상력을 제약하고 대상에 대한 공감능력을 반감시키고 결국에는 인과적 사고 습관 자체를 기피하는 관성을 만든다."



"음소가 가진 의미와 형상이 한편으로는 동화적 상상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체험 가능한 형상에 의해 머릿속에서 연결될 때 아이는 문자를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놀잇감으로 여기게 된다. 놀이가 오히려 학습 자체가 될 수 있다!"



부모로서 가장 큰 공부가 될 부분이 제자원리다. 자음 하나하나가 단순하게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가 아니라 음양오행과 상수학적인 의미가 글자에 담겨 있다고 책에선 말한다. 성리학을 공부한 학자들이 연구해 만든 글자가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부모가 조금이라도 알아야 아이들과 스터디하는 동안 더 깊고 풍부하게 글자를 풀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글 놀이 스터디를 통해 집집마다 소중한 추억을 쌓고 아이 내면도 탄탄해진다면 프로젝트 진행자로서 참 뿌듯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분들과 어떠한 이해관계가 없지만 한글 교육에 큰 획을 그어주신 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아이들과 스터디한 기록을 독립출판물로 남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박규현 양평자유학교 대표이자 한국발도르프협동조합 이사장님과 다른 다섯 분의 공동 저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 마음을 남긴다. 그리고 한글 스터디를 함께 이끌어 줄, 예비 발도르프 교사이자 발도르프 어린이집 학부모 사이이자, 두루딱딱이(발도르프 놀잇감 뜨개모임) 동반자인 아영이에게도 고맙고 또 고맙다고 마음을 남겨 본다.





한글 스터디 진행 사항은

제 인스타그램 계정 @ddusooni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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