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한여름 밤의 여행
보통 하루에 한 번씩 태양이 뜨고 지지만, 23.5도로 기울어져 있는 지구의 자전축 때문에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지역이 있다. 이를 '백야(Midnight Sun, 白夜)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해서 오후처럼 해가 쨍쨍한 것은 아니나 초저녁처럼 하늘이 환하다. 북극 지방에서는 여름에, 남극 지방에서는 겨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위도 48도 이상의 일부 북반구 국가에서도 여름에 환한 밤이 지속되곤 한다.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함께 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해외여행지! 스카이스캐너가 그중 추천 여행지 5곳을 추려서 소개한다.
자정에 시내 투어를 다니거나 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24시간 골프장에서 18홀을 치는 것.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노르웨이에서는 드물지 않은 모습이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Svalbard) 제도는 노르웨이 본토보다도 북극점에서 가까운 최북단의 섬으로, 백야를 경험하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지역이다. 잘 보존된 스발바르의 야생에서는 빙하는 물론 북극곰, 북극여우, 고래 등의 야생동물까지도 오로라를 목격하는 행운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로포텐(Lofoten) 제도 역시 백야 현상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로포텐 제도는 북쪽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유럽의 다른 도시들보다 온화하며 여름에는 기온이 20도까지도 올라간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과 우뚝 솟은 암석층은 물론 골프 코스까지 갖춰져 있어 자연 속에서 여유를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건축 및 디자인 강국으로 북유럽의 감성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크루즈를 타고 자정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 여름 바다를 체험해보자. 스톡홀름에는 인근 이웃 나라를 잇는 크루즈가 많이 있는데, 그중 실야 라인(Silja Line)은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로 가는 노선이다. 밤 11시에도 환한 바다를 배경 삼아 크루즈 위에서 맥주를 즐기거나 흥겹게 춤을 춰보자. 또한,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북쪽 국경에 위치한 릭스그랜센(Riksgränsen)은 일 년 내내 스키와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니, 하얗고 깨끗한 눈으로 덮인 산을 밤늦게까지 타보며 스피드를 즐겨보면 어떨까.
알래스카는 미국 50개의 주 중 백야 현상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중 알래스카 제2의 도시인 페어뱅크스는 여름철 백야 현상으로 하루 20~21시간 동안 해가 보이고 단 3~4시간 정도 해가 사라졌다가 새벽녘에 다시 해가 뜬다. 이때 타나나 밸리 파머스 마켓(Tanana Valley Farmer's Market)에서는 페어뱅크스의 길어진 햇빛을 받고 더욱 신선하게 자란 농산물과 수제 잼을 살 수 있다. 특히 하지(夏至)가 있는 매년 6월 하순에는, 백야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시내의 다운타운에서 축제가 열린다. 백야 야구 게임(Midnight Sun Baseball Game), 백야 마라톤(Midnight Sun Run), 개 썰매 타기 등의 다양한 활동적인 프로그램들은 물론, 라이브 음악 공연이나 플리마켓 등이 밤에 진행되니 다채로운 축제 분위기를 즐겨보자.
해가 전혀 뜨지 않는 극야의 어두운 겨울철과 신비로운 오로라로 이름난 핀란드 라플란드.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름에 라플란드에서는 거의 3개월 동안 24시간 일광욕을 할 수 있다. 핀란드 사람들처럼 오후에는 오두막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고, 새벽에 하이킹, 카누, 낚시, 골프 태양 필름 페스티벌(Midnight Sun Film Festival)이나, 산타마을 로바니에미(Rovaniemi)에서 열리는 6월의 민속축제 ‘유타야이셋(Jutajaiset)’을 놓치지 말자.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러시아의 대표적 관광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융성한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겨울에는 아침 11시가 다 되어서야 날이 밝아지다가 오후 3시만 넘으면 해가 지는 곳이지만, 6~7월이 되면 반대로 백야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16세기부터 어둡고 추운 겨울이 끝날 때마다 이를 기념하는 전통을 가져왔는데, 이것이 현재의 백야 축제(Stars of the White Nights)로 발전했다. 7월 11일부터 14일에 진행되는 백야 축제에서는 네바 강변을 따라 화려한 불꽃축제가 이어지고, 새벽 두 시 경이 되면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에서 도개교 오픈 행사를 진행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자랑인 마린스키 극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감상한 뒤 나와서 백야 축제를 즐기면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