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러캔스 Jun 12. 2019

1화. 나는 왜 시애틀에 오게 되었나

시애틀 쿨가이 - 1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음속에는 오로지 캐나다만 있었다.


생각해보면 시애틀은 내 머릿속에 전혀 없던 도시였다. 내 마음속에는 캐나다가 1순위였다. 캐나다를 마음속에 품은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나는 그렇게 캐나다가 아닌 시애틀에 오게 되었다.


왜 시애틀로 오게 되었나?

어쩌다 허파에 바람이 든 것처럼 이민이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 항상 맴돌았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은 외국으로 가고 싶어서 영어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하였지만 의지가 부족했던 나는 그러지 못하였다. 대학교를 다닐 때도 해외 취업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나 역시나 의지가 부족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다 보니 국내 대기업을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이민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뒤로는 혼자가 아니라서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에 삶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중 하나인 공기가 오염되면서 이민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세계 여러 곳에 있는 포지션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시애틀과 버지니아 헌든에 있는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한 번의 지원으로 운 좋게 붙었고 그렇게 나는 시애틀에 오게 되었다.


사실 이민이 무서웠다.

한국에서 다른 도시로 이사 가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해진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쉽진 않다. 그런데 시애틀? 한국에서 맞벌이를 하다가 졸지에 진정한 "가장"이 되어버리니 어깨를 누르는 중압감은 더해졌다. 지금도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갑작스러운 실직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즉시 해고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노동자를 보호해주던(?) 한국법 아래에 살다가 영화나 익히 듣던 "You are fired!"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직도 조금은 무섭다.


그럼에도 아직은 후회하지 않는다.

시애틀이란 도시에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두 달이란 시간 동안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절반, 맑은 날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항상 맑은 공기(이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나 적어도 나에겐 항상 맑은 공기다)와 한국에서 넘어온 짐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함께 있기에 아직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어느 순간 후회를 할 수도 있다. 미래를 그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나는 현재 시애틀에서 행복하다.


칼 앤더슨 공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