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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Dec 16. 2020

13화. 연말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13

2020년. 한 해를 돌아보면 도대체 한 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벌써 연말이 다가왔다. 작년 연말에는 리인벤트 (re:Invent) 행사에 참여하였는데 올해는 그저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모두들 몸만 건강하기를 기원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서 소진하지 못한 휴가를 소진하기 위해서 다음 주부터 연말까지 휴가다. 그리고 계획은 없다.


올 한 해를 잠깐 되돌아보면 하던 일이 달라지진 않았다. 팀에 있던 많은 인원들이 나갔고 새로운 인원들이 들어와서 결국 합은 동일하다. 마지막에 들어온 친구는 두 달 정도 되었지만 도무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싶다. 나름 기술 PM (Product Manager)를 뽑아서 잔뜩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지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 어쩌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내가 팀의 임포스터 (Imposter)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친구로 인해서 또 하나의 장애물이 생겼다는 느낌에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마존에서 연말이면 평가 준비를 슬슬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반영되면 다음 해 4월에 새로 조정된 급여를 받게 된다. 평가 체계는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조금 다르게 바뀌었다. 처음에는 상호 평가를 굉장히 중요시하여서 상호 평가를 바탕으로 매니저가 평가를 했었는데 (물론 그보다 좀 더 복잡하다) 2016년부터 상호 평가는 없어졌고 상호 피드백을 통해서 그 사람이 잘하는 것 (Super Power)와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 (Improvement Area)를 한정된 글자 수로 나타낸다. 그리고 평가는 오롯이 매니저의 역량에 달렸다.


팀이 할당받은 숫자에서 내가 기여한 부분은 절반 정도 되었다. 그만큼 쉴 새 없이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건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으로 평가되기 쉽다. 그래서 거기에 양념을 더해서 그로 인한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객이 주는 피드백도 무시될 수 없다.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면 자신의 업적을 조금은 더 빛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부과적인 양념이 없이는 아쉽지만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연말이라 내년에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는데 그 방향은 참으로 우울했다. 앞서 언급한 기술 PM이 새로운 일감을 제대로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이 들지 않음이 첫 번째고 팀이 집중하고자 한 분야가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이고 관심이 하나도 없는 분야라는 것이 두 번째이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재미없고 관심이 없는 분야 (물론 하다 보면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를 다뤄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굉장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비록 팀이 나아가는 방향이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 할 지라도 내년이 그리 암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도 조금은 나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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