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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an 19. 2021

14화. 하고 싶은 것만 할 순 없다.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14

새해가 되었다. 그리고 벌써 1월의 절반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인생이 그렇듯, 직장생활이 그렇듯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순 없다. 물론 그런 인생이고 직장생활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리고 미국이라고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This is fine.

2020년 말미에 2021년에는 팀이 어떤 분야에 초점을 맞출지 미팅을 진행했다. 그리고 매니저는 우리 팀이 2021년에는 어떤 분야에 초점을 맞출지 정확히 얘기했다. 그 분야는 바로 제조업. 그리고 나는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이 이야기는 2019년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에는 팀이 굉장히 작은 편이었다. 그래서 한 명의 매니저 밑에 모든 팀원들이 있었다. 팀이 커감에 따라서 더 많은 매니저들이 팀에 들어왔고, 각 매니저들마다 맡은 영역이 달랐다. 내가 현재 속한 팀에는 두 명의 제조업을 전문으로 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팀은 제조업이 몇몇 분야 중 하나일 수 있었다.


2019년, 제조업 관련 일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2020년, 3월에 제조업을 전문으로 하려던 친구들이 팀을 떠났다. 표면적으로는 물리적 거리가 있어서 (그 친구들은 유럽에, 나머지는 미국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실상은 제조업을 위해서 불러온 친구들이 제조업 관련 일을 하지 않으니 실망감이 컸다. 물론 소속감도 한몫했겠지만. 그리고 팀에는 제조업만 남았다.

2021년, 팀은 제조업만 담당하는 팀이 되었다. 물론 팀원들 누구도 제조업 전문가가 아니다.


2020년에 제조업을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무기력증에 빠졌다. 연말에는 제조업에 한 번의 기회는 줘봐야지 않겠냐고 생각을 했었는데 2020년 휴가가 끝나고 2021년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었던 순간부터 나의 기대가 나아지진 않았다. PM (Product Manager)는 여전히 헛발질이다. PM이 주최하는 회의는 절반이 시간 낭비다. 했던 얘기를 또 하게 되고, 설명했던 것을 또 설명하게 되고. 이 친구가 2021년을 험난하게 만드는 굉장히 강력한 요인이기도 하다.


일단은 그래도 상반기까지는 제조업에 좀 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이니 공부를 해서 지식을 채우는 수밖에. 그리고 정 안되면 아마존의 문화를 활용해보는 수밖에. 아마존은 1-Pager, 6-Pager 문화가 있다. 무언가를 제안하고자 할 때 문서 한 장, 또는 여섯 장 분량으로 제안 사항을 정리해서 관계자에게 회의를 요청하면 회의 시간 초반에는 모두 문서를 읽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읽은 문서에 대해서 토의하는 문화다. 프레젠테이션을 없애고 문서로 대체하는 문화인데, 이 문화를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 정리한 후 매니저와 그 외 관계자들과 함께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있을지 논의해봐야겠다.


그전에 이 무기력증에서 얼른 탈피하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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