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15
오랜만에 직장생활 이야기.
그동안 조직에 변화가 많았다. 아무리 아마존 조직이 자주 바뀌고 리더가 자주 바뀌지만 이렇게 자주 바뀌는 것은 정말 처음인 것 같다.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어떤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인지 판단해주는 내부 타이틀이 변경되었다. 그로 인해 달라진 점은 아직까진 없다. 다만 처음 보는 사람이 내 타이틀을 보면 기대치가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려고 할 때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근본적으로 하는 일이 달라지진 않았다만.
매니저가 바뀌었다.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매니저가 떠난 점은 굉장히 아쉽다. 그리고 새로운 매니저는 같이 일하던 동료 중 한 명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직속 매니저 외에도 큰 팀으로 바라볼 때 한 명의 팀 전체 매니저 밑에 여섯 명의 매니저가 있었는데 그중 세 명이 회사를 떠나거나 팀을 옮겼다. 딱히 좋은 징조는 아닌 것으로 현재까진 판단 중이다.
우리 팀은 크게는 한 명의 Vice President (VP) 밑에 계속해서 속해 있었다. 내가 처음 팀에 왔을 때는 우리 팀은 그 VP (그땐 VP가 되기 전 디렉터) 직속이었다. 그분이 VP가 되면서 VP 밑의 다른 디렉터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디렉터가 다른 팀으로 떠나면서 또 다른 디렉터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VP의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이 보이더니 VP가 다른 VP 밑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팀도 함께 움직였다. 그 뒤에 VP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또 한 번 다른 디렉터 밑으로 팀이 옮겼는데 일단은 현재 진행형이다.
(도식화해서 보여주면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다.)
얼마 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Jeff Bezos)는 자신이 설립한 블루 오리진 (Blue Origin) 로켓을 타고 카르만 라인 (Kármán line, 우주와 지구 대기의 경계 - 해발 100KM)를 넘어갔다. 그 원대한 꿈을 위해서 아마존 전체 CEO 자리는 아마존 웹 서비시즈 (Amazon Web Services) CEO 앤디 재시 (Andy Jassy)에게 넘겼다. 앤디 제시가 아마존 전체 CEO가 되면서 그리고 아마존 웹 서비시즈는 흔히 부메랑 (한 번 나갔다 돌아온 사람)이라 불리는 전 태블로 (Tableau) CEO 아담 셀립스키 (Adam Selipsky)가 맡게 되었다. 아마존이 얘기하는 Day 1 철학에는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지켜볼 일이다.
이 모든 변화가 나에게 일으킨 바람은 더 많은 일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매니저인 전 동료가 하던 일 (그 친구가 메인으로 하던 일)까지 하게 되면서 기존에 내가 해왔던 일에 새로운 일까지 맡아서 할 일이 늘었다. 물론 1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하는 일에 변화는 없지만 일이 더 많아졌다. 지금까지 변화로 불안감을 느끼는 나로선 지금은 물불 가릴 처지는 아니라 일단은 모두 받았다.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나면 사실 불안하기 마련이다. 이러다 조직이 통째로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조직이 축소되는 것은 아닌가,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나면 어쩌지 등의 걱정이 생긴다만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라니 일단은 현재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