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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Aug 18. 2021

16화. 미국 영주권을 향한 긴 여정 (상)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16

미국에서 생활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신분이라고 했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서 불법체류자가 되어서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 외국인으로서 신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영주권을 얻는 것이다. 그보다 더 보장된 선택은 추후에 시민권을 얻는 것이다. 물론 시민권은 개인의 선택이다.


2019년 3월 20일에 미국에 들어왔다. 아마존에서 내부 이동으로 L1B 비자로 입국하였다. 비자는 5년간 유효했으나 일을 할 수 있는 기간과 합법적으로 체류할 서 있는 마지막 날은 그보다 짧은 2021년 2월 1일까지였다.


미국에서 일은 2019년 3월 28일부터 시작하였다. 최초에 약 2년이란 시간이 허가된 격이었다. 2년이란 시간 안에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L1B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2년이란 시간의 카운트 다운은 사실상 미국에 입국하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2019년 4월 초, 매니저에게 영주권 지원에 관한 허가를 요청하였다. 매니저는 흔쾌히 승낙하였고, 그때부터 영주권의 시계는 흘러갔다.


고용을 통한 영주권은 아래와 같은 절차를 거친다. 소유하고 있는 비자 종류에 따라서 절차는 조금 다를 수 있고 모든 것은 L1B 기준이다.

1. 적정 임금 신청

2. 구인광고

3. PERM (EB-2, EB-3에 속할 경우)

4. I-140, I-485, I-131, I-765


아마존은 영주권 관련 업무를 프라고멘 (Fragomen)이라는 회사에 전격 위임한다. 그래서 영주권 절차가 시작된 뒤부터는 프라고멘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이 회사는 결론부터 얘기하면 최악이다.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회사다. 어딘가에 별점을 줄 수 있다면 1개도 아까운 회사다.


영주권 절차가 시작된 뒤로 프라고멘으로부터 수많은 문서 요청을 받았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정리해야 했고 그 외 여러 가지 질의응답에 답했다. 이 기간 동안 4개월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였다. 내가 아무리 필요로 하는 서류들을 빨리 응답해도 프라고멘은 업데이트도 늦고 답장도 느렸다. 이 점이 가장 답답하였다.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메일을 보내면 즉각 답장이 오지 않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은 벌써 8월이 되었다. 항상 "다음 주에 연락 줄게"라고 말한 프라고멘은 물론 답이 없었다. (지금 메일을 다시 봐도 화가 난다)


그렇게 8월 말에야 실제로 시작된 첫 번째 절차는 적정 임금 신청 (prevailing wage)으로 현재 내가 받고 있는 급여가 미국 노동부에서 보기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절차로 생각된다. 여기서 만약 내가 받는 급여가 미국 노동부가 생각하기에 너무 낮으면 조정이 되어야 한다고 봤던 것 같은데 사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잘 기억나진 않는다. 프라고멘에서는 이 절차는 대략 2-5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알려줬으며 되며 실제로 4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전에 프라고멘에서 요청하고 준비하느라 걸린 시간을 포함하면 약 4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두 번째 절차는 구인광고 (advertising)이다. 이 절차는 실제로 나의 현재 업무를 아마존 채용공고에 올려서 시장에서 얼마나 구인이 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보통은 구인광고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며 (아는 사람이 볼 경우 영주권을 위해서 임시로 열어놓는 포지션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영주권을 지원해주는 직원을 미국 현지 내에서 대체하기 어렵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어필하게 된다. 2019년 12월 말에 적정 임금 신청 과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프라고멘은 1월 말에야 구인광고를 시작하였다. 프라고멘에 의하면 이 절차는 2-6개월이 소요된다. 이 절차는 대략 2개월 걸렸다.


세 번째 절차는 PERM (Program Electronic Review Management), 즉 미국 노동부로부터 노동 허가서를 취득하는 절차이다. 내가 속한 취업 이민 우선순위는 EB-2였다. 보통의 경우 EB-2 또는 EB-3로 분류되며 이 경우에는 PERM 과정이 필요하다. EB-1의 경우는 PERM이 필요 없다. 구인광고를 준비하는 동안 PERM 신청에 필요한 ETA 9089 서류를 같이 준비하였다. ETA 9089 서류에는 내가 그동안 했던 일들을 정리하였다. 물론 프라고멘의 리뷰가 필요했고 시간을 무한정 소비했다. 프라고멘 측에서 PERM 절차는 대략 3-6개월 걸린다고 하였다. PERM이 접수되었을 때가 2020년 4월, 즉 영주권 신청을 매니저에게 승인을 받은 1년이 지난 시점에야 PERM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다. 


PERM 절차에 돌입하였을 때 몇 가지 변수가 발생하였다. 첫 번째는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COVID-19. COVID-19으로 인해서 처리하는 인력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서 처리 시간도 늘었다. 두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었다. 2020년에 트럼프 대통령을 행정 명령을 발령하여 미국 밖에서 이민 비자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비자 발급을 중단하였다. 다행히도 미국 내에 있는 나에게는 지장이 없었지만 간 떨리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PERM 약 5개월이라는 시간만에 완료되었다. 때는 어느덧 2020년 9월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

1. 미국 노동부 소요 시간: https://flag.dol.gov/processingtimes

2. USCIS 소요 시간: https://egov.uscis.gov/processing-times/

3. USCIS 취업 이민: https://www.uscis.gov/working-in-the-united-states/permanent-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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