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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Aug 18. 2021

17화. 미국 영주권을 향한 긴 여정 (하)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17

(지난 화에 이어서)


PERM이 진행되는 동안 영주권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다. 바로 L1B 비자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었다. 처음 언급한 것처럼 비자는 5년간 유효하였지만 2021년 2월 1일까지만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 또한 늘려야지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했다. 2020년 6월에 프라고멘 (Fragomen)을 통해서 연장 신청을 진행하였다. 필요 서류는 I-129 (L1 비자), I-539 (L2 비자), I-765 (L2 비자 노동 허가), G-28 (변호사의 대리를 증명하는 문서)와 기타 프라고멘에서 요청한 서류를 준비하였다. 실제 연장 신청은 2020년 9월 초에 접수되었다.


L1 연장의 경우 대략 4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연장 신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비자에 언급된 기간이 지나도 신청일로부터 240일간 일을 더 할 수 있고 체류도 가능하다. 즉, 2020년 9월에 신청이 되었으니 케이스가 처리되는 동안은 2021년 5월까지는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했다. 물론 비자에 명시된 날짜를 지났을 경우 미국에 재입국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다.


L1B 연장 신청이 되었으니 다시 영주권에 집중할 때였다. 마지막 단계인 I-485, I-131, I-765, I-140을 신청하는 단계다.

I-140: I-140은 취업 이민 청원서로 미국 노동부에서 승인받은 PERM을 바탕으로 취업 이민을 청원하는 양식이다. I-140은 자본주의 국가답게 돈을 내면 빨리 처리된다 (Premium Processing). 생각해보면 I-140이 승인된 후 다음 단계들이 진행된 것으로 봐서는 I-140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I-485: I-485는 신분 변경을 위한 양식이다. 즉 미국 내에서 L1, H1 등의 비이민 비자를 소유한 사람이 이민 상태로 신분은 변경하기 위해서 제출해야 하는 양식이다.

I-131: I-131은 영주권 신청자가 영주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에 자유롭게 재입국할 수 있도록 허가 신청을 하는 양식이다.

I-765: I-765는 미국에서 합법적인 노동 허가를 받는 양식이다. 영주권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I-765가 승인될 경우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보통 I-131과 I-765는 같이 진행되며 둘 모두가 승인날 경우 콤보 카드가 발급되고 콤보 카드로 미국 재입국이 가능하고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진다.


여러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미국 이민 신청 관련 절차도 변경이 되어서 작성해야 할 서류들은 점점 늘어났다. 예를 들어서 나는 현재 소득이 있어서 미국의 사회 복지 제도에 해당되지 않는다 등의 추가 서류도 작성하였다. 또한 미국 이민국에서 지정한 의사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은 후 I-639 양식을 작성하여서 함께 보내야 한다. I-639의 경우 모든 서류를 제출한 후 나중에 추후 제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I-639는 지금까지 맞은 예방 접종 기록이 필요하며 피검사가 추가로 진행된다. 아들의 경우 예방 접종 기록이 전산화되어있어서 편했지만 어른의 경우는 전산화되기 전에 접종한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필요한 접종만 다시 한 후 한국계 의사에게 잘 설명하였다. 한국계 의사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 미국 의사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해준다.


I-639와 사진까지 준비되어서 모든 서류가 준비됐었다. 남은 건 프라고멘이 얼마나 빠르게 처리를 하는가에 달렸었다. 물론 그들은 느렸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첫 번째로 그들이 준비한 서류에 오류가 너무 많았다. 10개가 넘는 오류를 모두 수정해서 보냈는데 수정한 서류는 공유해줄 수 없단다. 2020년 10월에 뭔가 정책이 변경되어서 EB-2를 EB-3로 변경할 경우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 등의 일이 발생하였다. 이는 물론 미국 이민에 굉장히 오래 걸리는 두 나라가 대상이었으며 이로 인해서 2020년 10월 케이스는 폭발적으로 급증하였다. 그로 인해서 프라고멘은 수정한 서류를 공유해줄 수 없으며 (바쁘단다) 내가 보낸 내용을 바탕으로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추후에 확인 결과 수정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2020년 10월 29일, 드디어 서류가 접수되었다. COVID-19과 앞서 설명한 상황으로 인해서 보통 2주면 발송되는 서류가 정상적으로 접수되었다고 알리는 우편은 2021년 2월에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I-140의 경우 프라고멘 측에 Premium Processing으로 진행해달라고 그렇게 강조하였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접수 확인증을 받은 후 Premium Processing을 진행하였고 접수 후 약 10일 후에 I-140이 승인되었다.


그 사이, 다시 L1B로 돌아와서 2020년 11월 말에 추가 확인 서류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Request for Additional Evidence, RFE).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프라고멘 측에서 수령하였고 요약하면 "네가 정의한 특별한 부분이 왜 특별하고 왜 너만 할 수 있으며 왜 이 기술들이 아마존에서 중요하며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가 서류를 2021년 2월 19일까지 보내시오 (L1B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비자이기 때문)"라는 내용이었다. 프라고멘 측에서 서류 2가지를 준비하였다. 내가 한 일들이 왜 특별하고 왜 중요하고 왜 나만 할 수 있으며 아마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한국 매니저로부터 한 부, 미국 매니저로부터 한 부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도 두 분 모두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한 일을 양식에 맞게 소명해주셨다. 그리고 2021년 2월 18일에 프라고멘에서 USCIS로 해당 소명서를 발송하였다.


다시 영주권으로 돌아와서 I-140이 승인된 후 USCIS로부터 Biometrics Appointment 일정을 받았다. 이는 USCIS에 방문하여 지문을 등록하고 사진을 찍는 일이다 (이 때는 몰랐다. 그 사진이 영주권 사진이 될 줄). 이를 위해서 2021년 3월 중순에 USCIS를 방문하였다.


2021년 3월 중순, 다행히 USCIS로부터 I-129 (L1B 비자) 연장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5월에는 I-539(L2 비자) 연장 승인도 받았다. 이제 남은 건 영주권 승인이었다.


2021년 7월, USCIS로부터 I-485에 대한 추가 서류 요청을 받았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2021년 2월 1일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명하시오: 이는 L1B로 최초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이 2021년 1월 31일까지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연장 승인된 I-129가 있어서 문제없었다.

부모 이름이 포함된 출생증명서를 제출하시오: 한국은 특별히 출생증명서가 없다. 그래서 기본증명서 상세본으로 대체하였는데 거기에는 부모의 이름이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영문 가족관계 증명서를 추가로 제출하였는데 프라고멘 측에서 같이 제출한다고 말하였으나 실제로 같이 제출했는지는 알 수 없다.

I-639 (건강검진)을 제출하시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 프라고멘에 서류를 보낼 때 I-639도 함께 보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프라고멘에서 제출하지 않았단다. 프라고멘 측에서는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고 RFE에 회신할 때 같이 보내겠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안 그래도 프라고멘에 대해서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서 정말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회사가 되었다.


2021년 7월 20일에 프라고멘 측에서 RFE에 대한 추가 서류를 제출했다고 안내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1년 8월 5일, I-485가 승인 났다. 이상한 점은 보통 I-131과 I-765가 먼저 승인 나고 콤보 카드가 발급된 후 I-485가 승인 난다고 들었는데 I-485가 먼저 승인 나면서 영주권에 관한 모든 절차가 끝이 났다.


2021년 8월 12일, USCIS로부터 영주권 카드를 받았다. 이로써 2년 4개월 만에 미국에서의 신분 문제가 해결되었다. 아마도 다시 처음부터 진행하라고 한다면 진행할 수 있을까 싶다.


최신 영주권 카드는 아래와 같이 생겼다. 앞서 말한 것처럼 USCIS에 방문하여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찍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얼굴이 영주권 카드에 들어갔다.

미국 영주권 앞면 견본 (출처: USCIS)
미국 영주권 뒷면 견본 (출처: USCIS)

마치며.

정말 마음 졸이는 시간들이 많았다. 특히나 L1B를 연장할 때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끝나서 홀가분하고 앞으로 잘 살아갈 일만 남은 것 같다.


위에 언급되지 않은 에피소드:

L2 연장 신청을 하면은 Biometric Appointment를 진행한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이 USCIS를 방문하였다. 이때 프라고멘에서 주소를 프라고멘 사무소로 제출하면서 피츠버그 USCIS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프라고멘 측에서는 USCIS의 실수라고 했지만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시애틀 USCIS에 그냥 가보랜다. 보통 받아준다고. 시애틀 USCIS에 가보니 지정된 날짜에 오면은 받아주겠단다. 그래서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아내와 아들이 방문하니 다행히도 처리가 되었다.

2019년에 회사로부터 2020년 H1B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추첨 결과 탈락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들 선정되었단다. 그리고 추가 선정 기간에 또 탈락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2021년 H1B 대상에는 선정되지 않았다는 메일도 받았는데 아마도 H1B와는 이어지지 못할 운명이었나보다.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

1. 미국 노동부 소요 시간: https://flag.dol.gov/processingtimes

2. USCIS 소요 시간: https://egov.uscis.gov/processing-times/

3. USCIS 취업 이민: https://www.uscis.gov/working-in-the-united-states/permanent-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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