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18
나도 글을 부지런히 써서 내 얘기를 책으로 또는 강의로 만들어 남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위는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하였을 때의 꿈이었다. 시작은 장대했는데, 막상 일상과 업무에 변화가 없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얘기도 생겨나지 않고 특별한 이야깃거리도 잘 생겨나지 않는다. 아마도 바이러스가 없던 세상이었다면 좀 더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었을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푸념"이다.
푸념 1. 가면 증후군 (Imposter Syndrome)
가면 증후군을 겪는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의 생각하는 범위가 내가 생각하는 범위를 훨씬 초월한다 (아닌 애들도 있다). 회의를 하면 말하고 싶어서 안달 난 애들이 주로 얘기를 한다. 나는 내가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이거나 내가 주도하는 회의가 아닌 이상은 대부분은 청취하는 입장을 취하고 내 의견을 물을 시에는 대략적인 의견을 얘기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 네가 말한 것이 모두 옳으니 그렇게 하자."라고 하진 않는다. 아닐 것이라 판단되거나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만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팀 내의 임포스터 (Imposter)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푸념 2. 일할 시간이 없다
기술 PM (Product Manager)가 팀에 온 뒤로 쓸데없는 회의가 너무 많이 늘었다. 이 회의, 저 회의에 들어가다 보면 정작 일할 시간은 없어진다. 그러다 보니 일정에 쫓기면 야간을 계속해서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다고 모든 회의가 건설적이진 않다. 결론도 없는 시간 낭비인 회의도 제법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회의 요청을 받았으나 들어가서 내가 할 말이 없거나 나랑 별로 관계되지 않는 내용일 경우에는 대충 들으면서 할 일을 한다. 그러다 가끔 내 이름이 불릴 때만 얘기를 한다. 그래도 일주일 40시간으로 봤을 때 평균적으로 10-15시간을 회의에 쏟아붓는 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푸념 3. 흥미를 잃어간다
팀에 처음 왔을 때 좋았던 점은 특정한 분야에 묶여있지 않고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덕에 이 분야, 저 분야에 대한 지식도 늘고 거기에 필요한 기술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20년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로 인해서 전혀 관심도 없고 배경 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에 묶였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엎었던 프로젝트를 살렸다가 또 엎고를 계속 반복한다. 이유는 팀 내에 우리가 지금 매진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없음이 가장 크고 그래서 다른 팀 흔히 말하는 전문가들과 프로젝트를 논의하는데 문제는 지금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사용자마다 모두 제각각인 사례밖에 없어서 전문가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런 대화가 계속되다 보니 팀에 대한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아마도 푸념을 계속해서 풀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쉽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 것 같지만 극복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끝내 다 잘되겠지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모든 게 잘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