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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Apr 14. 2021

6화. 잡초

잡초 제거, 그 끝없는 여정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주중이나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면 잡초를 뽑았었다. 그때는 주택에 살고 처음 맞이하는 봄, 여름이라 어떤 잡초가 얼마나 번식력이 좋은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한 가지 알았던 것은 민들레는 보이는 순간 (에는 이미 늦었지만) 제거하지 않으면 어느덧 씨앗을 퍼트리고 있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올해 작년에 모두 제거했던 잡초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나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정원을 갈아엎을 예정이라 방치를 했다만 그래도 다음번에 혹시 모를 잡초와의 전쟁에 대비하려면 먼저 잡초를 알아야 한다. 그중에서 직접 겪어본 악명 높은 놈들은 다음과 같다.


1. Shot weed (Cardamin hirsuta)

Shot weed, 자세히 보면 씨가 보인다.

Shot weed라 불리는 이 놈. 외래종이라서 그런지 한국어로는 찾을 수가 없다. 작년에 정원 2층 대부분의 자리를 덮었던 녀석이다. 뿌리가 깊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기 쉽네"라는 생각으로 몇 주에 걸쳐서 모두 제거를 했었다. 제거할 때 뭔가 튀어 올랐는데 그때는 벌레가 튀어올랐나 싶었다. 올해, 다시금 그 자리에 그대로 나 있는 녀석들을 본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일까. 그래서 검색한 결과 이름이 shot weed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이 녀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씨주머니가 가득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뽑을 때 튀어 올랐던 것은 벌레가 아니라 씨주머니가 터지면서 씨가 퍼져나갔던 것이었다. 그만큼 번식력이 좋은 녀석이다. 아마 정원을 갈아엎지 않는다면 내년에 또 만나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녀석이다. 씨가 열리기 전에 제거를 하는 편이 좋다. 이 녀석은 씨가 열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2. Dock (Rumex obtusifolius - 돌소리쟁이)

잎이 끝없이 커버리는 dock

이 놈은 dock이라 불린다. 한국어로는 돌소리쟁이라는데 굉장히 생소한 이름이다. 꽃이 피거나 씨가 나거나 한 것을 본 적은 없다. 다만 작년에 제거를 할 때 애먹었었는데 애먹은 이유는 일단 손으로는 절대 제거를 할 수가 없다. 손으로 뽑을 경우 입만 벗겨지고 벗겨진 자리는 굉장히 미끄럽게 변한다. 그래서 도구를 사용해보았는데 이 녀석이 악명 높은 이유는 뿌리가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깊다. 삽으로 뿌리를 제거하기 위해서 땅을 파다 보면 끝도 없이 파야할 정도로 깊고 굵다. 그리고 뿌리가 잘 끊어진다. 뿌리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을 경우에는 뿌리에서 다시 자라나는 녀석으로 검색해보니 씨앗도 어마하게 뿌린다고 한다. 그래서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기 전에 뽑아야 한다는데 그런 녀석들은 꼭 돌 사이에 나있어서 뽑기도 어렵다. 주변에 이 놈을 발견한다면 어느 순간 서식지를 소리 없이 늘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3. Dandelion (민들레)

흔하디 흔한 민들레

민들레를 싫어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만화나 영화에서도 민들레 씨앗이 날리는 장면은 항상 아름답게 표현이 된다. 하지만 주택에 거주를 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민들레는 악마의 잡초 그 이하도 아니다. 민들레 꽃을 보는 순간 이미 늦었다. 그리고 민들레가 점령한 잔디밭은 점점 민들레 꽃밭으로 변해간다. 민들레 뿌리도 제법 깊은 편이다. 그리고 놀라운 번식력을 가져서 민들레를 모두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여 사람들은 잔디를 짧게 깎는 노력 정도를 한다. 나도 민들레는 최대한 뿌리째 제거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안될 경우는 임시방편으로 보이는 꽃이 씨가 되기 전에 모두 따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내가 알던 민들레는 굉장히 키 작은 꽃이었는데 여기서 보니 굉장히 키 큰 민들레 다발도 제법 있었다. 내 눈에는 굉장히 징그럽다.


4. Hedge bindweed (Calystegia sepium - 큰메꽃)

사진 속에서 솟아오른 놈.

꽃이 피면 나팔꽃처럼 피는 놈인데   또한 번식력이 어마어마하다. 덩굴식물로 뽑으려고 당기면은 뿌리가 주르륵 나온다. 그리고 뿌리와 줄기가 굉장히 길게 얽혀있어서 사실상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가만히 놔둘 경우는 모든 ,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고 흰꽃을 피웠다가 가을, 겨울에는 말라비틀어진 형체를 남겨둔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봄이면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다.  녀석이 싫은 이유는 뿌리를 뽑다 보면 뿌리가 도대체 어디까지 가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고  뿌리가 마치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지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여서 기분이 나쁘다.   뿌리를 모두 제거해보려고 노력하였지만 제거하는 것보다 새로 나는 것들이  빨라서 포기했다. 그저 보이면 죽이는 것으로 대체했다.


5. Blackberry (블랙베리)

마구잡이로 뻗어 나가는 블랙베리.
봄, 여름에 따뜻한 태양을 받으면 저렇게 새로운 줄기를 뻗는다.

블랙베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블랙베리가 반가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악마의 줄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번식력도 어마어마하다. 겨울이면 잠시 움츠려 있다가 , 여름에  줄기를 끝없이 뻗는다. 줄기에는 가시가 있다. 오래된 녀석들의 줄기는 굉장히 굵고, 뿌리는 여러 갈레로 뻗어있어서 제거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리고 줄기가 땅에 닿을 경우는 다시 뿌리를 내리는 아주 독한 녀석이다. 사실 이사   가장 먼저  것이 주변에 보이는 블랙베리를 제거한 것이다.  덕에 주변은 훨씬 말끔해졌다.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그리고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계속해서 번식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모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외도 클로버, 민들레와 비슷하게 생긴 cat's ear (금혼초), 그리고 아직 이름 모를 녀석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잡초가 있다. 그들은 햇볕이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밀고 주어진 사명을 다하여 씨와 뿌리를 퍼트린다. 이름 모를 잡초에 독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거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써야 한다. 사실 잡초 제거도 약간 방역과 같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함께 잘해야 어느 정도는 관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열심히 민들레, 블랙베리, Dock 등을 제거해도 주변에서 제거를 하지 않으면 결국 그 여파는 우리 집까지 날아온다.


다음 주부터 정원을 갈아엎는 공사가 시작된다. 그 뒤부터는 지금보다 더 잡초 방역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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