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러캔스 Jul 17. 2022

10화. 여름, 식물들은 자라난다

여름 대전, 사람 vs 식물

햇빛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애틀의 여름. 기나긴 비의 계절이 끝나고 햇빛이 비추면 겨울 동안 움츠렸던 식물들은 잎을 만들고 키를 키운다. 식물들과 잡초들은 끝없이 자라나고 끝내 사람들의 영역을 모두 없애버린다. 식물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없애버리겠지만.


햇빛과 함께 자란 월계수

옆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월계수가 자리한다. 겨울 동안은 자라지 않지만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며 햇빛이 강해지면 다시금 자라나서 어느새 길도 없애버린다. 그리고 관리되지 않은 사이 잡초들도 뿌리를 내리고 커져만 간다.


오늘은 날씨가 그나마 흐렸다. 흐린 날은 작업을 하기에 좋다. 시애틀의 햇볕은 굉장히 강해서 햇볕 아래에서는 굉장히 따갑다. 그와 다르게 그늘은 굉장히 시원하다. 그래서 햇볕이 없는 오늘 무성해진 월계수와 그 사이에 더 미친 듯이 자라난 블랙베리를 없애기로 했다.


먼저 잡초들을 제거하였다. 뿌리까지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잡초가 많으면 모든 잡초를 뿌리까지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먼저 예초기로 잡초들을 제거했다. 그다음에는 월계수에 엉켜있는 잡초 줄기를 제거한다. 이 녀석은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단 보이는 녀석들만 제거를 했다.


다음은 블랙베리 차례다. 블랙베리는 놔두면 미친 듯이 자라난다. 그러다 땅에 닿으면 그 자리에 다시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뿌리가 깊어지기 전에 제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상에 희미하게 뻗어있는 녀석이 오늘의 목표다. 줄기를 먼저 잘라서 당겼다. 그랬더니 저기 뒤에 있는 블랙베리들까지 같이 딸려왔다. 그러면 땡큐! 줄기를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는 뿌리를 제거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이번 녀석은 안타깝게 뿌리가 제거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밑동을 잘라서 당분간 자라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햇지 트리머 (hedge trimmer, 한국어로는 뭘까)로 월계수를 다듬었다. 옆집은 사람을 써서 굉장히 과감하게 다 잘라버리는데 우리는 옆집만큼 낮게 자르기 싫어서 과감하진 않지만 당분간 다듬지 않아도 될 정도로만 다듬었다.


작업전과는 다르게 길이 생겼다.

모든 작업을 마친 후 다시 월계수와 덱 사이에 길이 생겨났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다듬고 싶었지만 이 정도로만 다듬었는데 컴포스트 통이 다 차 버려서 더 이상 자를 수 없었다. 그래도 없어졌던 길이 생겼기에 나름 목표는 달성했다.


아마도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에 월계수는 시애틀의 여름 햇빛을 받으면 다시금 자라날 것이다. 그래도 오늘 작업으로 인해서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9화. 전동 블라인드 설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