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왜 투자를 가르치지 않는가

by 스카이쌤 SkySSSam

"학교에서 투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야말로 금융문맹을 만드는 곳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불로소득으로 부유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자주 보이면 상승장이 꽤 무르익은 상태라고 봐도 좋다.

자산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쉽게 주워섬기지 않는다.


학교에서 투자를 함부로 가르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이해상충 문제가 가장 크다. 요즘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상당히 지지받고 있는 '인덱스펀드에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하면 좋다'는 통념을 예로 들더라도, 이걸 교육과정으로 끌어오는 순간부터는 특정 금융상품이나 시장을 추종할 것을 권유하는 것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이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투자자나 금융기관도 상당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교육에서 금융을 구체적으로 다룰수록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도권·비제도권 투자자들의 각축장이 될 것은 불보듯 명확한데,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교육과정이 기계적인 중립을 강조하다 보면 결국 금융교육이 본래의 취지를 잃고 '금융상품들의 특징을 줄줄 외우는 식'으로 갈 공산이 크다.


결국 학교에서 투자를 가르치려면 "주식이나 펀드에 장기투자하니까 좋더랍니다" 같은 식으론 택도 없고(장기투자가 좋은 거라는 얘기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오개념에 가깝다) 당연히 베이스가 되는 학문적인 토대가 있어야 한다. 즉,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투자기법이나 금융상품이 아니라 학문적 토대와 자산을 다루는 소양이어야 한다.


문제는 투자라는 행위를 학문적으로 파고들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배경지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복리개념만 해도 고2 수준의 수학이 필요하다. 인덱스펀드와 자산배분이 어떻게 위험을 줄여주는지 가르쳐주려면 공분산이나 상관계수 개념이 필요한데, 이건 아예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을 벗어난다. 투자를 학교에서 가르치기엔 베이스가 되는 투자론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함부로 교육과정으로 끌고올 수 없는 것이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는 게 목표라고 한다면, 공적연금 기여율을 올리는 편이 사회 전체의 기댓값 면에선 차라리 더 나은 대안일 것이다.


게다가 요즘 자주 보이는 우민화를 위해 금융을 안 가르친다는 발상은 억지에 가깝다. 파먹을 게 인적자원밖에 없는 국가에서 '가난하고 어리석은 국민'이 되도록 방치하는 걸 좋아할 리가 없다.(애초에 국가 입장에선 국민들이 양도소득으로든 배당소득으로든 세금을 더 내면 이득이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ETF나 ELW 같은 고위험 상품을 거래하기 전에 의무교육을 듣는데도 불구하고 손실을 내는 걸 보면, 교육 여부가 꼭 투자성과를 끌어올린다는 보장도 없다.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정직하게 답해보자. 만약 리스크관리에 도움이 되니까 수학 공부를 더 하라 하면 성인이 된 지금이라도 기꺼이 하겠는가? 내 생각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을 것이다. 머리 아픈 공부를 싫어하면서도 돈을 손쉽게 벌려는 태도는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터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금융시장에 자기 돈이 걸려있는 어른들도 공부하기는 싫어하는 마당에, 생계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투자를 가르치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




투자라는 행위는 한 사람이 돈을 다루는 철학과 태도가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그래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 일괄적으로 어찌해라 어찌하지 말아라 하고 가르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금융시장이 사회의 축소판인 만큼, 돈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돈을 버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랜 기간 꾸준히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성공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다음 세 가지 능력을 공통적으로 가진다.

(1)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원리와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사고력

(2) 주변에서 잡주와 잡코인, 건전하지 않은 전략으로 대박냈다는 잡음은 무시하고 일관되게 자기 길을 지키는 절제력

(3) 자신의 틀린 판단을 빠르게 수용하고, 손실이 나더라도 치명상을 입지 않고 시장에서 퇴장당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생존력

이와 같은 역량은 단순히 몇 차시 동안 지식을 암기하는 것만으로 갖춰지지 않는 것이고, 오랜 기간에 걸쳐 경험을 쌓으며 꾸준히 '습득해야 하는' 성품에 가까운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는 이미 투자에 도움이 될만한 기본적 소양을 많이 가르치고 있다.

기댓값과 확률적 사고, 과장광고나 허위광고의 특징, 절제력과 인내심 등등등.

시민들은 학교를 졸업해서 금융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이런 기본적인 소양부터 먼저 챙겨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금융교육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공교육에서 파이를 키워갈 것이다. 개인투자자 수가 늘어서 금융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커진데다 '투자로 수익을 내는 능력' 이상으로 '위험을 인식하는 능력'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투자를 안하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투자로 크게 불행해지는 사람이 나오는 일은 가급적 막는 게 공교육의 본질에 가깝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교사 이전에 한 사람의 투자자로서 하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투자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는 태도는
손익의 기댓값을 마이너스로 기울게 할 가능성이 높다.


외부요인을 비난하는 태도는 금융시장에서 항상 비싼 청구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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