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 이야기

북돋워주는 삶

by 나무

'가슴이 아파. 요즘은 열두 살만 돼도 아이들이 참 똑똑해. 학원 보내지 말고, 북돋워주고 해야지.'

'크게 그린 사람' 은유 인터뷰집 중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김용현 자연주의자의 말


비경쟁독서토론을 준비하면서 은유 인터뷰집을 읽고 있어. 책 속에는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그중에서도 약자를 생각하거나 사람의 본질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을 은유 작가가 인터뷰하고, 인터뷰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놓았어. 나는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보곤 해. 교과서 안에서 정제된 작품과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에게 살아있는 삶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가끔 나는 너희들에게 나무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너희의 질문에 나무색을 좋아한다고 답하기도 하고. 내가 나무를 좋아하는 건, 내가 사는 곳에서 자연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줘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그리고 나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그리고 너희도 나도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아도 그 자체로 좋다고 말하곤 해.

내가 읽은 인터뷰집에서 김용현이라는 사람은 자연처럼 사람들과 함께 하고, 아파하고 내어주는 사람 같아. 그는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남의 돈을 뺏은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해. 자연인으로서 자연법에 따라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내 것이라고 싸우고 그런 게 안 맞아요.'라고 말했어. 현실 속에서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자비의 우물처럼 제 시간, 품, 노동 다 퍼주던 이웃'이라고 책에서 표현하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 언행일치하는 그의 삶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동안 너희에게 나무가 좋다, 자연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던 내가 부끄러워졌어. 나는 자연의 겉모습만 보고 좋아했구나. 싱그러움이나 아름다운 경치만 좋아했지, 자연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교과서 밖 이야기라고 했지만, 사실 김용현은 가장 교과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어. 내가 너희에게 가르친 고전시가에서 자연은 안빈낙도의 삶이며, 속세는 홍진에 묻힌 삶이야. 그는 많은 선조들이 지향했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거지. 너무나 놀랍지 않니?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삶에서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보여줬어. 그리고 내가 왜 힘든가 봤더니 나는 자연인으로 살지 않고 속세인으로 온갖 홍진을 묻혀 살았던 거야. 자연인으로 산다면, 자연 그대로,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 욕심내지 않아도 되고, 인정을 받고자 하지 않아도 되며,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며, 함께 나누며, 자기 색깔을 내며 살아가면 되는 거였어. 말로는 굉장히 간단한 이걸 우리가 하지 못하는 건 우리는 겉모습과 보이는 것, 그리고 가지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야. 나도 너희도 자연인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하나는 너희와 나에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북돋아주는 것'

네가 뭘 잘해서도 아니고, 네가 예뻐서도 아니고, 그저 너라서 북돋아주고 싶어.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북돋아주며 산다면, 홍진에 묻힌 삶에서 조금은 말갛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북돋아주는 삶을 산 우리 수고했어.


"샘 수고했어요. 무얼 한 게 있고 없고가 아니라, 학교에 이 시간까지 있는 게 수고한 거죠."

당신 덕분에 북돋아주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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