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골무
늘 그렇겠지만, 현재를 살면서 그 순간이 제일 나에게 감각적이며, 크게 와닿곤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현재는 무뎌져 감각이 망각의 길을 걷는 걸 보게 된다. 폭풍 같은 1학기가 지나가고 2학기가 휘몰아쳐 왔다. 그 가운데에서 정신없이 살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이 마치 인생의 가장 정신없는 가운데 놓여 있는 것처럼 여기며 감각의 모든 것에 날을 세운채 지내고 있다. 이런 나를 보며, 스스로도 그리고 타인도 내가 무뎌질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그 무뎌짐에 쓰는 나의 에너지는 날을 세우며 지내는 것 만큼이나마 에너지를 써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무심코 딸의 운동화를 봤다. 유달리 복숭아뼈가 튀어나온 딸의 발 때문에 운동화와 만나는 그 자리는 마찰로 인해 천이 해져있었다. 아이가 걷는 순간부터 그 자리는 새신을 산 지 일주일이든 일 년이든 상관없이 늘 해져있었다. 처음에는 수선을 맡기기도 했으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뒤로는 해진 신발을 어찌할 방도를 찾지 않고, 받아들이고 사이즈가 작아질 때까지 신고 다니게 뒀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달랐다. 새신을 신은지 며칠 되지 않아 금방 헌신이 되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그곳만 해진 게 속상했다. 그래서 해지지 않게 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나는 바느질을 할 때, 손에 끼웠던 골무가 생각이 났다. 바늘귀를 밀기 위해 손가락에 골무를 끼어 손가락과 바늘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여기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코바늘과 실을 찾아 딸아이의 새운동화에 한 땀 한 땀 운동화의 골무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땀 놓는 일, 어쩌면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이 이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날을 세우는 일과 무뎌지는 일 그 중간이 없는 나에게 한 땀 놓는 일은 마음을 다정하게 쓰는 일이며,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순환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 땀을 놓는 그 행위가 이제 해지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그 신을 기분 좋게 신고 다닐 딸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 과정을 새롭게 만드는 내가 새로워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학교에서의 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주어진 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어려움도 맨몸으로 받아들인다면, 금방 해져버려 마음이 다친다. 나는 내가 보낸 시간을 폭풍 같다고 표현했다. 이는 새신을 신는 날이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해져버려, 해진 채로 다니는, 해진 마음을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니는 마음 때문에 폭풍 같다고 표현했다. 이런 나에게 이런 당신께 마음의 골무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마음의 골무는 해진 순간을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땀 마음을 꿰매며, 새롭게 내가 원하는 실로, 내가 원하는 색으로 감싸는 것이 폭풍 같은 순간에 마음이 다치지 않고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순간, 마음이 곤란해질 때면, 마음에 한 땀을 놓곤 한다.
'괜찮다.'
'날씨와 같다. 폭풍은 지나간다. 비는 지나간다.'
'내 잘못이 아니라 그냥 일어난 일이다. 엎질러진 물은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마음의 골무를 많이 만들어 나에게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그래서 금방 해져버리지 않게 하고 싶다. 상처 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색색이 골무가 꿰매진 알록달록한 마음을 보며 뿌듯함, 나다움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나는 오늘 하루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한 땀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