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꾸준히 거짓말 한 사실을 알았다. 영어 학원이 끝나면 울리는 전화 소리에 받으면, 딸은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 나 백점!"
"그래 어서 와, 저녁 먹자."
그렇게 일주일 동안 똑같은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딸을 믿지 못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영어 학원이 아닌 수학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딸이 수학의 어느 부분을 잘하며,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이야기하며, 가끔 숙제를 잘 안 해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매일 숙제했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한 아이다.이렇게 안일한 딸아이를 보며 내 잔소리가 아이에게 먹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딸의 안일한 태도가 여기서 끝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자, 딸을 밖에서 만나 햄버거집으로 데리고 갔다. 먹고 싶다는 햄버거를 시켜놓고 수학 학원 선생님과 통화 내용을 말했다. 그리고 지난주영어 학원에서 다 백점 받았다고 했는데, 엄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딸은 백점 받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 끝에는 엄마에게 칭찬이 받고 싶었다는 말을했다. 그런 딸에게 나는 말했다.
"거짓인 너를 칭찬하는 건, 너를 칭찬하는 게 아니야. 그냥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예뻐. 뭘 잘해서, 뭐가 잘나서 예쁜 게 아니고. 엄마의 관심이 필요하면 말로 표현해 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거짓말하는 너를 보는 게 힘들어."
글이라서 담담하게 전개가 되고 있지만, 나는 나의 분노를 참으며 얘기하느라 그 자리가 힘들었다. 햄버거를 앞에 두고 입맛이 뚝 떨어졌다. 딸도 마찬가지라, 우린 햄버거의 맛을 느끼지 못한 채, 씹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꽃집에 들렀다. 이 감정을 계속 집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감정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화분과 생화를 사서 딸과 아들 손에 한가득 들게 하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꽃이 예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 아이들과 꽃을 보니 내 마음이 분주해지며 꽃과 함께 있는 집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리고 꽃을 대하듯 딸을 대하지 못한 내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딸의 거짓말에는 내게 충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지 못한 마음이 담겨있음을 느꼈다. 식물은 충분한 빛과 바람과 물뿐만 아니라 관심이 필요한데, 하물며 딸아이는 오죽할까 싶었다. 나는 딸에게 빛과 바람과 물은 줬으나 딸이 원하는 충분한 관심과 사랑은 주지 못한 것이다. '그냥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예뻐.'라고 딸에게 말한 내 말이 사실이며, 꾸며낸 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도록 꽃처럼 바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