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데이터로 봅시다(feat.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아파트전월세2020)
임대차 시장 논쟁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 참고로 전세와 월세를 모두 임대차라 통칭합니다.
전세는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월세는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집주인에게 지불하는 개념입니다.
전월세 실거래가 데이터는 국토교통부에서 얼마든지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뇌피셜로, 혹은 언론에서 가공한 2차 데이터 가지고 맞네 틀리네 하지 말고, 실제 계약된 자료 가지고 얘기해봅시다.
임차인을 위한다는 임대차3법 시행(2020년 7월 30일 시행), 과연 임차인을 위한 것이 맞나요?
저도 임차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사람인데요. 집을 구하다가 너무 속이 터져서 파이썬으로 임대차시장을 간단히 분석해보았습니다.
본 데이터는 파이썬 판다스(pandas)를 통해 가공하였습니다. 전월세 데이터 크기가 100만이 훌쩍 넘네요. 엑셀함수로 다루기엔 여러 모로 역부족이긴 합니다.
많은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동산에서 다들 가격(호가, 실거래가)과 전세금을 중요하게 여기시는데,
사실 거래량이라는 지표가 정말 중요합니다.
거래량이 뜨거워지면 결국 가격이 오르게 되어있는 현상은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거래량이라는 지표는 사실 간단한 지표처럼 보이는데, 누가 대신 넘버링 해주는 사람이 잘 없습니다. 알아내기도 쉽지 않죠.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아파트 임대차(전월세) 거래량입니다. 그 때 그 때 필요한 숫자를 알고 싶으면 직접 분석해보는 수 밖에 없죠.
아파트 거래량 추이(2019.07 - 2020.10)
할말 본격적으로 들어갑니다.
먼저 아셔야 할게,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는 월세와 경쟁하는 시장입니다. 매매와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에요. 이게 엄청 중요합니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어 갑자기 매매가 높아져도 전세는 끄떡없었습니다. 왜냐하면 2년마다 예측가능하게 움직이는 수요이기 때문이죠. 2012-2014년 집값이 안정되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2020년 7월 30일 의결과 즉시 시행되어 사실상 그 효과는 8월부터 나타났고 9월부터 통계에 반영되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맺고 난 다음에 전월세 및 실거래가 신고를 하니까요. 7월에 계약한 수요도 8월 숫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자, 거두절미 하고, 제가 반나절동안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긁어와서 파이썬 pandas로 분석한 결과물 잠깐 보시겠습니다.
뭔가 반나절 고생한 결과물 치고는 허술해보이지만,
이 자료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반한 '아파트 전세 거래량 추이'입니다.
먼저 매매량 데이터 흥미롭습니다. 2020년 7월에는 임대차 3법의 시행을 대비(?)하여 거래량이 10만5천건에서 14만8천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8월에 5만건까지 푹 꺼지네요.
전월세 거래량은 8,9,10월 6만3천, 5만5천, 4만6천건으로 매월 만건씩 따박따박 줄어듭니다.
덕분에 임대차시장 물량감소, 지금 이사해 새 집에 임대차 들어가야 할 사람들은 집 찾기 눈물겹게 힘들었네요.(세입자를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시행된 법 때문에 물량 줄고, 전세가 오르고)
중요한 건 임대차 내에서 전세의 비율입니다. 임대차 3법으로 충격이 한 번 가해졌던 9월 60.4%까지 한 달만 떨어지더니 10월 한 달만에 다시 64.5%를 회복해버리는군요.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전월세 경쟁에서 전세가 우세하다는 뜻입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시대 열린다는 이야기는 20년전부터 듣던 이야기인데 아직 전세는 멀쩡합니다 왜일까요? 전세의 경쟁자는 매매가 아니라 월세이기 때문이죠. 집값 잡을 생각만 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초적인 상식조차 눈에 안 들어올 겁니다. 전세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 때려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거든요. 집주인을 귀찮게 하면 전세가 없어질거라 생각하죠. 매매의 눈으로 전세를 보니 전세가 보일리 있나요?
간단히 정리하면, 집값상승 이런 거 다 내버려 두고, 전세는 월세보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빌라에 들어갈 월세가 70만원이라고 치면, 그 돈 정도 돈을 전세자금 대출 받으면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요).
원룸 월세, 빌라 월세, 아파트 전세, 아파트 자가로 모두 살아본 입장에서 복잡한 생각 안하면 전세가 가장 유리합니다(월세보다 전세자금 대출 이자 내는게 저렴하므로, 주담대 받고 집사면 원금도 같이 상환해야 하므로). 전세가 안 없어지는 이유는 세입자에게 전세가 그동안 유리해왔기 때문이고,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전월세 거래는 당연히 줄어들었네요.
현재 세입자는 4년 살 수 있어 좋아할지 모릅니다. 아뿔싸, 그 다음에 더 훌쩍 뛴 전세는 어떻게 하죠? 2년 뒤에도 과연 이 정책을 좋아할까요? 4년 뒤에도?
임대차내 전세 비중이 10월 한달만에 65%까지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걸 보면, 9월에 시장의 혼란으로 멋모르고 전월세로 돌려버린 사례가 제법 있었음을 알 수 있어요.
전세는 장기적으로 없어진다는 주문은 한 20년 전부터 들어왔던 주술이죠.
꽤 오래된 주술이에요. 거기에 대한 논문도 겁나 많이 나왔으니 검색해보세요. 그 주술이 얼마나 들어맞았는지.
우리는 관념적 사회분석가가 아니라 집을 구해야 할 사람들이에요. 시장이 냉각되면 불편하다고요. 게다가 전세 보증금도 오르구요.
전체 시장이 얼마라고 했을 때 임대차 3법으로 누구는 편하고, 누구는 불편하고는 우리 계산 밖에 저 멀리 있는 문제고,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건 임대차가 씨가 마르면서, 전세가 수직상승하는 이상과열된 임대차 시장이에요.
자, 김현미 장관님에게 묻습니다. 임대차3법은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
* 굳이 파이썬을 쓸 필요 있나 싶지만, 판다스(import pandas as pd) 활용해 자료 가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