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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Aug 18. 2021

네 주식 가격이 올라도 난 행복해지지 않아

경제학 그래프의 수직독재에 관한 글

경제학 그래프를 대할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아, 내가 그래도 학교 다닐 때, 수학의 정석 몇권을 풀어 제꼈는데, 그깟 그래프를 이해 못하겠어?"라는 것이었다. 처음 수요 곡선은 이해할 만 했다. 그리고 무차별곡선도 그럭저럭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점탄력성, 호탄력성, 대체탄력성, 소득탄력성, 이자율 탄력성 등 외워야 할 것이 많아질 수록 점점 멘붕이 되어 갔다. 


뿐만 아니라 미시경제학에서 무차별곡선과 레온티예프 함수를 낑낑대며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했더니, 소득소비곡선(ICC), 엥겔소비곡선, 가격소비곡선(PCC) 삼연타를 맞고 났더니 나중에 게임이론과 외부효과 이론은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학에서 총공급 총수요 곡선이 등장하자, 이 비슷하면서 다른 것 같은 그래프를 이해하지 못하면 경제학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프를 그리다 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몇가지 포인트를 이해하면 많이 쉬워지고, 이해 못하면 엄청나게 미궁에 빠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경제학 그래프가 헷갈리는 이유를 명쾌하게 정리한 글을 찾기 힘들었다. 그럼 수험생인 주제에 내가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은 경제학 이론에 관한 글이 아니라, 그래프에 관한 글이다. 

경제학 이론에 대한 다른 심오한 설명은 다른 책을 참고해주면 좋겠다. 이 글은 경제학 그래프를 접할 때 헷갈리는 부분을 하나라도 명료하게 해보다는 취지를 가졌다는 것을 다시 밝힌다. 


주식하는 친구, 유오성이 나에게 말한다. 

유오성: 야! 어제 상한가 쳤어. 나 진짜 부자되겠다.

나: 나 지금 기분 안 좋거든, 저리 가줄래? 

유오성: 그러지 말고 오늘 우리 둘이 한 잔 하는 거 어때? 내가 살게~ 

나: 네 주식 오른 건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 

유오성: 친구끼리 너무 한다.. 흥.. 알았어, 일 봐. 

(헉! 나 말 실수 했나?)


이 상황을 그래프로 표현해본다. 핵심부터 바로 들어간다. 경제학 그래프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 있는 변태적인 그래프이다. 이걸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상상과 반대로 x축이 결과이고, y축이 원인이다. 이런...

먼저 경제학을 하기 위해서는 이 어색함부터 일단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너의 주식가격"과 "나의 행복"이 독립이라고 할 때에는 세로축에 "너의 주식가격", 가로축에 "나의 행복"이 와야 한다. 좀 어색하더라도 일단 참고 그려본다. 


일단 축을 완성했으니, 너희 주식가격이 나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릴 차례이다. 어떤 영향이 있다고? 그렇다. 아무 영향 없다. 너의 주식이 싸든 비싸든 나의 행복은 아무 상관이 없다. 이걸 그래프로 어떻게 표현하지? 다음 그림을 한 번 보자. 

이렇게 그릴 수 있다. 세로축에는 원인이 되는 "너의 주식가격"이 왔고, 가로축에는 "나의 행복"이 왔다.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은 나의 행복은 너의 주식가격과 상관 없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 유오성: 그럼 너의 행복을 결정하는 건 뭔데? 

- 나: 내 행복을 결정하는 건 내 주식가격이지


자, 방금 내가 한 말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이 그래프를 만났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자, 방금 원인이 어디라고 했죠? 바로 세로축이에요. 나의 주식가격이 나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지, 나의 행복이 나의 주식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나의 행복은 나의 주식가격으로 결정된다

자 그럼, 가로축과 세로축을 바꿔본다. 짜잔,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나의 주식가격은 나의 행복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는다. 내 행복이 어떻든, 나의 주식가격은 독고다이로 움직인다. 이게 바로 그래프의 마법이다. 가로축세로축바뀌었는데 그래프 모양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냥 이거 하나만 이해해보자. 그래프가 이렇게 서 있다는 건 세로축에 원인이라는 놈이 가로축에 있는 결과라는 녀석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경제학에서 그래프는 원인이 세로축에 오고, 결과가 가로축에 온다. 


부동산학 교과서에 보면 토지의 공급량은 비탄력적이다, 토지의 절대량은 제한되어 있다는 표현을 많이 접한다. 이것을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그릴 수 있다. 즉, 세로에 있는 원인가로에 있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탄력성의 개념은 조금은 더 깊이 들어가야 하지만, 세로축이 가로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비탄력적이라고 말한다. 가격이 변해도 토지의 공급량은 꿈쩍하지 않는다는 뜻이다(간척지 개간, 화성 개간 등으로 상황은 바뀔 수 있지만, 이 그래프에서 그런 특수한 상황은 예외로 두자). 

자 그럼 조금 어려운 그림 + 퀴즈 들어갑니다. 

배경지식, 참고로 화폐, 혹은 통화, 혹은 돈이라는 얘는 중앙은행,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죠. 한국은행에서 통화량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자율이라는 녀석은 화폐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화폐량의 영향을 받아서 결정되는 녀석일 뿐이라고 하자. 

퀴즈 나갑니다. 

다음 중 화폐의 공급곡선은, 가, 나 중 무엇입니까? 

정답: 입니다. 전제에서 말한 것처럼 화폐의 공급량은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것이지, 시중이자율의 영향을 받아서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다. 적어도 그래프상으로는 그렇다. 참고로 짐작하시는 것처럼 "나"는 화폐의 수요량이 되겠고, 가, 나 그래프가 만나는 지점의 세로축 값이 "균형이자율"이 된다. 


참고로 경제학에서는 항상 만나면 좋은 친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만나면 좋은 친구는 MBC가 아니고 균형점이다. 그리고 MBC는 경제학에서 방송국이 아니라 화폐경기변동이론이다. 말 그대로 참고다. 


한 줄 정리: 서 있는 그래프를 보면 이런 생각을 떠올리면 된다.

세로축에 있는 원인은 가로축에 있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구나. 

이것을 경제학 그래프의 수직독재의 원리라고 부를 만 하다. 

왜냐하면 경제학 그래프에서 그래프에서 그래프가 서 있다는 것은

수직적 상하질서에 따라 감히 원인이라는 녀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윗 그림의 출처

고전경제학자들은 완전 고용상태에서는,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생산량이 결정된다고 보았다(물론 이런 일은 장기에나 가능하다, 그래서 케인즈는 이렇게 비꼰다. 야, 장기적으로 우린 다 죽어.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고전학파 경제학에 따르면 물가수준이라는 녀석은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건 장기적일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이 때 왕은 실질 GDP(위 그림에서 Real Production)입니다. 물가수준이 실질 GDP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런데 케인즈는 단기에 총공급곡선이 수직이 아니라 우상향한다고 주장한다. 케인즈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우린 다 죽고, 우리는 찰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불교 식으로 말한다면, 고전학파가 억겁에 살고, 케인즈는 찰라를 사는 셈이다. 여하간 단기적으로 물가수준은 산출량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일단 그래프의 모양만 보도록 한다.  


GDP라는 것은 물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것인데요. 여기에서 물가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순수하게 그래프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직인 그래프는 세로축(원인)이 가로축(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만 기억해도 그래프를 볼 때 편하다. 


누가 처음에 이걸 나에게 알려줬으면, 경제학 그래프를 보는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을 것 같다. 이것 이외에도 탄력성, ICC, PCC 보는 법 등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지면 관계상 오늘은 여기까지만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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