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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Feb 02. 2021

야, 아무나 책 쓰냐?

책을 출판하는 방법: 나는 어떻게 30대에 책 3권을 낼 수 있었는가? 

저는 30대에 책 세 권을 냈습니다. 물론 여기서 30대의 정의는 애매하고, 태클을 걸 수 있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대략적으로 2011년에 첫 책이 나오고 2020년 가장 최신작이 나왔으니 대략 3권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도 중간에 나온 '된다 팟캐스트&유튜브 실전제작법'은 사실 공저이기 때문에 온전한 3권이라 보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3권의 책을 출판한 것만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이 책들에 대한 소개보다도 오늘은 보잘 것 없는 제가 어떻게 책을 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책을 써서 출판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간단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구상 한 명이라도 더 책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내면 그 순간 가장 탐욕적인 독자가 되거든요. 탐욕적인 독자가 많아지면 또 책의 수요는 늘어납니다. 책의 수요가 늘어나면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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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따라서 이 세 권의 책은 약간 연속성이 없어보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돈 벌려고 아무 거나 막 쓴 거 아닌가?"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책을 쓴 노력과 정성에 비하면 책을 써서 얻는 수입은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이기마저 합니다. 


각설하고, 

책을 쓰면 좋은 점부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1. 주변에서 보는 눈부터 달라집니다. 

제가 이번에 무엇에 관한 책을 썼다고 말하면, 조금이라도 이 바닥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단하다"는 말을 먼저 할 겁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 단행본 한 권 못 쓰고 죽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거든요. 이 한가지만 해도 일단 책을 쓸 이유는 확실해보입니다. 


2. 다음 기회가 열린다. 

책은 단순히 책이 아닙니다. 책은 콘텐츠이며, 콘텐츠는 여러분을 콘텐츠 시장의 바다로 인도해줍니다. 콘텐츠시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이야기를 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며, 여러분이 그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고 끊임없이 저울질 합니다. 적절한 말빨과 뻔뻔함만 있다면 여러분은 강연 시장과 콘텐츠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는 만든 셈입니다. 


3. 죽고 나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은 남아있다. 

사실 이건 제가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논문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책은 '팔려고'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지점을 찾아내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고로 논문보다 소비자와의 접촉면적이 훨씬 넓기 때문에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산 지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여러분 중 고고인류학 논문을 읽어보신 분은 별로 없으시겠지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한번쯤 읽어보신 적 있으시겠죠? 


이외에도 책을 써서 좋은 점은 입이 아플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 여기서 각설하고, 제가 낸 세 책의 공통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제작자를 만났을 때 자신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짧게 소개하는 것을 피칭이라고 합니다. 야구에서 투수가 하는 것처럼 공은 던진단 의미죠. 이 피칭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상대에게 매혹하면 상대는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시나리오는 나가리됩니다. 


눈치채셨나요? 세 책 모두 저는 출판사 대표님에게 '피칭'에 성공했습니다. 첫번째 피칭에서 저는 이미 원고를 가지고 있었고, 제 원고는 5년이나 묵혔기 때문에 원고보다 훨씬 재미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을 만났을 때, "이 이야기 재밌겠는데?"라는 느낌을 주는데 성공했죠. 성공한 만큼 책을 많이 팔지는 못했지만요. 어쨌든 저는 저의 첫 책, '질러, 유라시아!'가 없었으면, 두번째 세번째 책이 나오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내려면 자신의 책이 어떤 컨셉을 가지고 있는지 매혹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 능력이 책을 '쓰는' 능력보다 감히 중요할 때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자비출판이 아닌 이상 '피칭'에 성공하지 못하면 책이 나오긴 어렵습니다. 


피칭에서 중요한 능력은 두가지입니다. 자신이 쓴 원고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원고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첫번째 책을 쓸 때는 이 책이 도대체 누구에게 읽혀야 할지 조차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내 책을 읽을 사람들은 누구고, 그 사람들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 내 책을 읽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모두 유튜브만 볼 것 같지만, 여전히 좋은 이야기들은 책으로 팔립니다. '질러 유라시아!'는 내 내면의 고백이었다면, 'Do it! 파이썬 생활 프로그래밍"은 나처럼 파이썬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은 것이었죠. 당연히 후자가 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책을 썼다고 하면, 그것도 문돌이 주제에 파이썬 프로그램에 대한 책을 썼다고 하면, "야, 너 대단하다. 나도 책 한 권 쓰고 싶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제법 있었습니다. 조금은 안타깝게도 나는 이 분들의 동사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는 책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출판"하는 것입니다. 


쓰는 것이 아니라 출판을 목표로 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미세하게나마 논리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은 책을 쓸 수 있고, 책을 출판하고 싶은 사람은 책을 출판할 수 있습니다. 책을 써야 출판하는 것이 아닐까요?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100만 유튜버 신사임당 주언규씨는 '킵고잉'의 원고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책 출판 계약을 맺었습니다. 신사임당 채널은 사업 쪽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기 때문에 책의 성공은 어느 정도 점쳐진 것이었죠. 신사임당이 한 일은 책을 출판한 것입니다. 그리고 출판을 하기 위해서 책을 쓴 것입니다. 


많은 분들은 책 원고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질러, 유라시아!' 때는 원고를 다 쓰고 그 원고를 고치면서 출판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된다 팟캐스트 & 유튜브 실전 제작법'과 'Do it! 파이썬 생활 프로그래밍'은 모두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누가 그걸 모르나, 내줄 사람이 없으니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답답하구만, 이 친구....


이렇게 말씀하실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이야기는 변하지 않습니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원고가 가져야 할 본질과(이미 원고가 있지 않아도 됩니다) 독자들이 왜 이 책을 필요로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가지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글 잘 쓰는 건 두 번째입니다. 

문장력보단 기획력이 책 쓰는데 필요하단 말씀이죠. 


책은 쓰면서 는다. 

아직 할말은 많지만, 한가지만 더 간단하게 언급하고 끝내겠습니다. "나는 문장력이 없어서 책을 못써"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 그렇게 생각하시면 책을 못 쓰십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그 분은 "문장력이 없어서 책을 못 쓰는 것"이 아니라, "문장력이 없으면 책을 못 쓴다고 생각할 정도로 책을 모르기 때문에" 책을 못 쓰는 것입니다. 


책 쓰시는 분들은 공감할텐데, 책도 쓰면서 늡니다. 앞 부분은 허접해도 뒷부분으로 가면 갈 수록 잘 써집니다. 성실한 사람은 이렇게 다 쓰고, 뒷부분까지 집필한 다음, 그 힘을 남겨서 다시 앞 부분을 수정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원고를 묵혔다가 다시 씁니다. 그 과정에서 글도 사람과 함께 성장합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책의 원고를 식물이라고 하면, 식물을 키우듯 내 문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식물을 키울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씨를 안 뿌리면 당연히 식물은 자라지 않습니다. 나도 그 방면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이미 답을 아시겠죠? 문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문장력이 없다고 생각하여 지레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사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 책 쓴다고 아무도 안 봐.
너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널렸어.
일년에도 수천권씩 책이 나와,
네 책이 나오자마자 사장될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과는 조용히 담을 쌓으십시오. 이런 사람들과 멀리 할수록 여러분이 책을 낼 가능성은 커집니다. 

자기 자신에게 계속 용기를 불어넣어주세요. 그리고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십시오. 제가 책을 쓰는 동안, 저도 저의 아내에게, 혹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몇몇 분에게 이렇게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나중에 누가 나에게 허접한 책을 썼다고 욕하면 어쩌지? 

그 중 한 분이 이러더군요. 

당신의 역할은 프로그램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쓸 수 있은 만큼 잘 쓰는 거다. 당신보다 잘 하는 사람이 당신보다 수준 높은 책을 쓰고, 당신이 그 중간 단계를 맡아주면 된다. 

이런 말을 듣지 못했다면, 저도 중간에 지레 포기했을지 모릅니다. 실제 책을 쓰는 건, 명확한 기획과 선입금된 계약금이 없다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일이거든요. 


여러분의 문장력이 책을 쓰게 하지 말고, 여러분의 기획력이 여러분을 움직여 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십시오. 


문장력을 믿지 말고, 스케쥴과 시스템을 믿고 가십시오. 쓸 수록 여러분의 문장력은 고와지고, 쓰지 않을 수록 여러분의 아이디어는 거칠어집니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저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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