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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Feb 06. 2021

성공적인 회의를 위한 레시피

1. 액션플랜의 도출, 2. 막내가 말하게 하라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회의를 합니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부득이하게 서로의 의견을 들어야만 하며, 

상대가 허락해주는 하에 일이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의란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일이라 쉽지 않습니다. 

좋은 회의를 하고 나면 좋은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한 것처럼 좋은 기분이 듭니다. 

나도 적절하게 공동체에 의견을 이야기한 것 같고, 

다른 사람들도 그에 대한 적절한 의견을 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 무언가를 얻은 것 같은 그런 회의가 좋은 회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음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되어야 좋은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좋은 회의가 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일단 회의를 열면 사람들이 자기 속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습니다. 

침묵 속에 이야기를 꺼내면 그 이야기가 자연스럽지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로는 말 잘하는(혹은 자기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화제를 독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채 부질없이 시간이 흘러갑니다.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마지못해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하지만,

돌아서면서 "역시 이 공동체는 말이 안 통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맛 없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배는 부른데 찝찝하고, 

해야 할 일들에 짜증이 밀려옵니다. 

제 나이까지 사회생활 해본 사람이라면 마찬가지이겠지만,

저 역시 대학원 시절부터 많은 회의, 세미나, 발표 등을 경험했습니다. 

그 회의(meeting)의 범위를 조금 넓히면 논문심사, 취업 면접 등도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부딪치는 자리이니까요. 

예를 들어 여러 명과 한 명이 취업면접을 보는 경우 

떨어지더라도 기분 좋게, "아, 내 커리어에 좋은 피드백을 들었구나."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 안 뽑으려면 말지, 더럽게 잘난 척 하네. 당신네 회사 잘 되나 두고 보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는 매일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는데 좋은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잘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것 역시 다른 제 글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책 한권을 써도 모자란 주제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딱 두 가지만 언급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회의의 목적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우리가 할 일을 정하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만 난립하고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는 회의만큼 허무한 것이 없습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에 카톡방에서 이야기하자"고 마무리되는 회의는 허무합니다.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그것을 정하지 않으면, 일의 흐름은 끊깁니다. 회의를 하되, 처음부터 모든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무의미한 회의를 저는 참 많이 경험했습니다. 

한 예로 몇몇이 책을 쓰자고 일년 내내 모임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정말 자주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결론은, 책은 커녕 잡지에 실을만한 작은 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모임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모인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지가 기획되어야 하고, 기획의 결과는 어떤 할일들(액션플랜)으로 도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할 일은 회의가 아니라, 액션플랜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일이 진행이 됩니다. 

지금 할일이 무엇인지 정하지 않고, 회의결과가 누적되지 않으며, 사람들은 지난번 회의에서 한 이야기를 까먹고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시간이 갑니다. 일은 진척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식을 바짝차리고, 이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정하는 것, 하다 못해 다음에 할 일이라도 정하도록 뭔가 실행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지 않으면, 회의한 시간은 신기루처럼 흩어져버립니다. 

둘째, 그 회의의 막내가 신나서 말하고 있으면 그 모임은 성공한 것입니다. 우리는 회의라는 이름으로 정말 많은 자리에 소환당합니다. 그 때마다 말을 많이 하는 건 주로 남자 어른입니다. 

어쩌다보니, 저도 남자이며, 아이도 이제 조금씩 "라떼는 말이야"가 튀어나오는 나이가 가까워지고 있네요. 

회의의 주도권은 대부분 말을 많이 하기를 좋아하는 남자 어른들에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아주 많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권력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어릴 수록, 지위가 낮을 수록, 말을 아끼려고 합니다. 말을 해서 이득을 보기 보다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지요. 

그 회의의 막내가 말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일단 막내에게 "그냥 자네 한 번 말 해보게"가 아니라 인내심을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막내가 내가 말을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안심을 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런데 가끔씩 막내에게 말을 시켜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보다는 의사진행에서 남들에게 미움을 안 살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요. 

"정말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미안합니다. 내가 하고싶은 말보다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부터 먼저 습관이 든 것 같아서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내가 일조를 했나, 하는 죄책감마저 듭니다. 

나이 많은 사람 A, B가 있을 때, A가 실컷 발언권을 독점하고 있으면 A의 발언권을 빼앗아 막내에게 주는 B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막내가 부담스럽고, 말 하기 싫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무엇인가 소중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막내라고 해봐야, 벌써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생각이 깊은 어른들이란 의미이지요.

막내가 말을 많이하면, 그 모임은 성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1. 액션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2. 막내가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게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사회자가 잘하면 됩니다. 


자, 이제 이 글을 통해 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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