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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May 19. 2021

투자와 돈에 대한 생각

얼마 안되는 내 자산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의도치않게 나보다 훨씬 젊은 회사원들의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 폰 화면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의외로 그들의 관심사는 '돈 버는 데'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의 월급으로는 절대 서울에 집을 사지 못할 것 같다면서, 

집이 있는 사람들을 은근히 부러워하고,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빚이 얼마인줄 아느냐고 하면서

부러워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평생 일 안 하고 먹고 살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혹은, 얼마 정도가 있어야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은 "직장 생활 해서는 돈 벌수 없다"면서 돈 벌려면 나가서 사업해야 한다는 것으로 대화는 마무리 된다.  


인세가 얼마니?

내가 책을 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부분은 "인세"이다.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인세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책을 쓰는 것으로 부업을 삼아보면 어떨까, 하는 뉘앙스가 비친다. 

지금을 기준으로 본다면, 책으로 제법 짭짤한 수입이 들어온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입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에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저자는 이와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한 채로 쓸쓸히 자신의 책이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에 쳐박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 신사임당이 뜨면서, 돈을 많이 벌어본 사람들이 모두 유튜버에 나와서 

돈 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에는 정말 존경스러울만큼 돈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사람들도 많고, 제법 배울만한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일이라도 스마트스토어에 기웃거리면 한달에 돈 백만원씩은 쉽게 벌 것만 같은 그런 착각에 빠져든다. 


주식과 부동산은 어떤가? 

상가 부동산에 대출이 얼마까지 나온다더라 하는 이야기로 먼저 독자들을 훅가게 한 다음에 종자돗 몇 백 몇 천이면 상가를 굴릴 수 있으며, 꿀단지 같은 임대수익이 나올 것처럼 선전한다. 


주식은 또 어떤가,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들이 나와서 제멋대로 이야기한다. 누구는 장기투자하라고 하고, 누구는 단타를 하며, 누구는 주식 챠트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나도 신사임당을 좋아하지만, 

신사임당 채널의 본질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돈 벌고 싶어하는 욕망을 자극하고 그들의 관심을 끄는데 있다

그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경제유튜버들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인 것 같다.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이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에 관심이 하늘을 찌른다. 


책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책을 통해서 내가 어느 정도 수입을 올려본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갈아넣었는지 사람들은 대체로 알지 못한다. 일단 대학원 공부 하고, 책을 사서 읽은 건 다 빼자. 그것도 몇 천만원대이지만, 간접비용이므로 다 고려하지 않고, 그냥 나는 처음부터 책을 쓸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간주하자. 


파이썬 책을 쓰기 위해서 내가 파이썬을 공부한 시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7년이다. 2014년에 입문해서 2020년에 책을 냈으니 말이다. 주말에 나가서 혼자 몇시간씩 코딩하는 것도 거의 일상이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파이썬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고, 스스로 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내 주변 문과 학생들보다는 조금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출판사 사장님을 만났을 때도 이런 저런 트렌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가 책을 내자는 제안으로 이어졌고, 나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주말 이틀을 놀아본 적은 거의 없었다. 최소 하루 이상은 무조건 커피숍에 출근해 책을 쓰고 편집했다. 거의 1년 가까이 주말을 반납한 것이다. 


책이 나왔다. 나중에 제법 돈이 되는 인세도 받아보게 되었다. 기뻤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인세로 돈 많이 버셨어요? 나도 책이나 한권 써볼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려고 책을 쓰려면, 책을 안 쓰는 게 나을 듯 하다. 


책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이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순서가 잘못됐다. 

1)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타인과 공유하고 싶고, 2) 책을 쓸 능력(문장력/시간/기획력 등)이 되며, 3) 책을 출판한 경로가 있을 때, 책을 쓰기 시작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추는 것이 가장 먼저이다. 그렇게 해서 책을 냈을 때 대중들이 사랑해주면 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인세에 눈독들인 사람이라면, 1) 2) 3) 이라는 정말 지난하고도 험난한 과정을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인세수입에 눈이 먼 사람들은 책을 못 쓴다. 


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집값이 올라서 노동소득에 대해서 회의적이라고들 하는데,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가치이다. 능력이 있어서 몸값이 높아지면, 계속 돈 벌 구석이 생긴다. 유튜버 중에서 운동을 너무 잘하고 자신의 채널이 인기가 많아서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 유튜버가 된 유튜버가 있다. 

이런 사람이 처음부터 "나 돈 벌려고 운동해요"라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일단 그 자리까지 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분이 돈을 벌게 된 순서는 1) 운동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2) 그래서 몸이 엄청나게 좋아지고, 3) 운동하는 방법과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고, 4) 끊임없이 비디오를 업로드해서 어느 정도 팬이 확보되었을 때, 그 다음에 비로소 돈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런 행운을 잡은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둘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을 올리게 된다. 

 

돈을 벌려고 돈을 쫒아가면, 돈은 더 멀리 도망간다. 왜냐하면, 당신 말고도 돈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바칠 수 있을만큼 열심히 쫒아가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이다.


이상한 심리적 효과인데, 이상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 이야기를 많이하는 사람에게는 잘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어디 집값이 얼마나 올랐다더라, 무슨 주식이 이번에 대박이 났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본업보다 주식 챠트에 더 관심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나랑 만날 때도 돈을 누가 더 많이 쓰나 계산하고 있을 것 같다. 


신뢰가 가는 사람들은 자기 가치를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아는 형은 국내파인데도 꿋꿋히 해외 저널을 두드려서 논문을 게재하시고 요즘에는 해외 저널의 리뷰어로 활동하고 계시는 형이 있다. 그런 형은 돈을 떠나서 존경스럽다. 그 형은 무슨 일을 해도 가난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몸이 정말 좋다. 회사 끝나면 곧장 헬스장에서 시간을 다 보낸다. 그 분이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분의 관심사는 몸이다. 몸에 좋은 보충제, 이 근육에 좋은 운동, 영양소 섭취 등이다. 이 사람이 돈 이야기를 하는 건 들어본 일이 없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분보다는 그 분에게 신뢰가 간다. 


이 분들과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같이 일하고 싶다. 그리고 여기서 '일'이라는 것은 당연히 근로소득과 직결된다. 근로소득은 단순히 근로소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평판과 경력으로 연결된다. 경력이 또 다른 경력을 낳고, 평판이 또 다른 평판을 낳는다. 자신의 능력에 투자하면, 나중에는 진짜 시간이 없어서 일을 못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당장은 힘들지만, 자산이 아닌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남는다는 생각을 나는 한번도 버려본 적이 없다. 물론 경제전문 유튜버들이 하는 말도 다 맞다. 화폐가치는 물가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돈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자산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적당히 살 수는 있으되 절대 부자반열에는 들 수 없다. 그리고 내 돈이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도 일하게 하라. 이 모든 말이 너무 맞는 말이다.


단 하나, 투자를 하는 동안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우리의 능력과 가치를 키우는데 들어갈 수도 있었을, 수많은 관심과 시간, 젊음을 갉아먹는다는 사실만 제외하고 말이다.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키우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은 잘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잘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부자가 된 많은 사람들을 보면, 돈을 쫒아 부자가 되었다기보단,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잘 하게 되어서 가치를 인정받고, 그 결과 부자가 된 사람들이 더 많다(부자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예외로 한다). 


삶의 위치를 개선하고 싶다면, 돈을 쫒기 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 같은데 많은 사람이 반대로 하는 것 같다.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할 일이 마땅치 않다면, 

1. 책 읽고

2. 명상하고

3. 운동하고,

4. 외국어공부하고, 

5.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물론 나도 1-5까지 다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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