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
20대 대부분 나는 혼자 살았다.
잠도 혼자 잤다. 혼자서 불쑥 깨어나 밤새 깨어있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었다.
집에 작은 TV가 있었는데 불쑥 불청객처럼 잠에서 깨면 TV를 켰고 거의 아침이 될 때까지 자지 못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더 정신이 명료하게 깨어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을 자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리고 1-2시간 가수면 상태가 되었다가 학교를 가곤 했다
그러면 제한된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하루 종일 졸렸다
요즘은 잠이 안 오면 그냥 잠을 포기해버린다
그러면 읽어야 할 책, 봐야 할 영화, 해야 할 명상을 할 수 있어 돈을 버는 느낌마저 들었다
잠이 안 와서 잠이 올 것 같은 영화를 봤는데 의외로 재밌었던 경험, 나 혼자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적도 있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혼자 살 때는, 책을 낭독했다
의외로 좋은 경험이었다
평소 잘 신경쓰지 않던 내 발음에 집중하면서 책의 내용에도 더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란 책을 이렇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보다 이 책의 내용은 내 기억에 조금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잠이 오지 않을 땐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았다
평소엔 잘 보지 않을 것 같은 자연의 신비라든가 살인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았다 이열치열이라고 오밤중 오싹함을 배로 즐기는 것이다
오밤중에 차라리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기왕이면 이어폰 끼고 소리 켜고 진짜 오싹함을 느껴보는 거다 아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참고로 이렇게 보았던 영화는,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양들의 침묵이었다 진짜 오싹오싹
긴 미드 하나를 정해놓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만 보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적으론 스파르타쿠스, 프렌즈, 로스트를 이렇게 주파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 이용하진 않지만, 유튜브에서 물리학이나 수학 강의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당신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잠이 오지 않을땐 글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말똥말똥해진 정신은 여러분이 글을 쓸 때 가지고 싶은 그런 정신상태이기도 하다 막상 여러분들이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땐 오히려 여러분을 괴롭히는 요소가 생각보다 많다 오롯이 나 자신과 스마트폰 불빛에만 의존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잠이 오지 않을 때이다
또 잠이 오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건, 망상 속으로 빠져들기이다 이 때 요령은 자신의 과거로 여행하기 보다 경험해본 적 없는 미래를 경험하라는 것이다 나에게 상처준 사람을 떠올리기 보단 내가 날아다닐 수 있다면 뭘 할까 이런 망상을 즐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
혼자 산다면 자다 일어나 달밤의 체조도 좋다 푸셥, 윗몸 일으키기, 스트레칭 뭐든 좋다 씻어야 할 만큼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만 운동하는 것도 좋다
잠이 오지 않으면 이렇게 할 일이 많다 그러므로 잠이 안 온다고 걱정하지 말고 그냥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자 잠이 오면 그 때 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