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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Jun 14. 2021

비건 2년차에 깨달은 몸을 망치는 채식 습관

육류와 가공류에 지배당한 세상에서//비건에서 플렉시테리안이 되기까지

예전에 나는 비건(vegan)이라고 말할  있는 생활을 1 넘게 했다.

*  업데이트 2021년 9월 현재 모든 채식 중단하였습니다.


아래 글을 읽어보면 내 비건 생활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대강 알 수 있다.

https://brunch.co.kr/@skytreesea/101

시간이 지나 나는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이 되었다.

플렉시테리안.. 그 말도 어렵지만, 말하자면 지독하게 편식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가 현재 먹지 않는 음식은 다음과 같다.


여전히 안 먹는 음식: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닭고기 등), 가공육류, 생선회, 산낙지, 우유, 계란 등

최근 허용하기 시작한 음식: 해산물(오징어, 조개, 새우--산 새우는 먹지 않음-- 등), 생선구이, 말린 생선


처음 비건(모든 동물성 식품 섭취를 지양하는 채식주의자의 끝판왕)을 시작할 때, 성분표에 계란이나 고기류가 함유되어 있으면 전혀 먹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영원히 유지될 수 없는 식단이었다.


사회생활이 불편한 것은 둘째이고, 먹을 것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한번은 먹을 것이 없어서 편의점에 가서 한참을 고르다가 고구마, 알밤 등을 샀는데 그 가격이 1만원이 넘어 당황했던 적이 있다.

그 때 깨달았다. 건강한 비건을 하려면 내가 훨씬 부지런했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비건이 된다는 건 단순히 이것 저것을 먹지 않겠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이 중요하다. 육류와 가공품에 지배당한 세상에서 고기류를 다 먹지 않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건 포기를 선언한다. 더 자세한 건 아래 글을 참조.


https://brunch.co.kr/@skytreesea/114


비건을 하면서도 나는 몸에 나쁜 습관이 있다는 것을 비교적 늦게 알게 되었다.


첫번째는 비건을 하면서 구하기 쉬운 비건라면에 너무 많이 의존했다는 점이다. 나는 식욕이 비교적 많은 편이고 식욕 때문에 뚱뚱한 몸매를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편하게 선택한 습관이 비건라면이다. 한 때는 비건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이런 선택은 차라리 깨끗한 고기를 먹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깨끗한 닭가슴살과 브로콜리, 견과류 등 흔히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부르는 식단으로 음식을 바꿨다면 내 몸은 조금 더 나아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운동으로 어느 정도의 체중은 유지했지만, 최근 받은건강검진 중 피검사에서 의외로 중성지방의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것은 좀 충격이었는데, 비건으로 깨끗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두번째, 비동물성 식품에 대해서 너무 관대해졌다는 것이다. 비건라면과도 같은 맥락인데, 비동물성 식품이 몸에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담배도 식물성이다. 또 알콜트랜스지방 역시 식물성이다. 비건을 하면서도 알콜과 트랜스지방에 대한 경각심을 너무 놓아버린 것은 큰 실수였다. 잦은 음주와 트랜스지방 섭취가 중성지방의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건강과 동물복지 사이에서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도대체 왜 비건을 선택한 것인가?

1) 건강해지기 위해서?

2) 가축의 대량 생산에 반대하기 위해서?


처음 나는 1)과 2)를 교묘하게 엮어 나의 비건라이프를 정당화시켰다. 그러나 둘은 다른 가치였다. 1)이 목적이라면 건강을 위해서라면 채식을 끊을 각오가 되어있어야 하고, 2)가 목적이라면 신념을 위해서 건강을 어느 정도 희생할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둘은 본질적으로 다른 길이다. 건강에 적신호 하나가 켜지면서, 나는 목적을 분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당연하게도 '건강'과 '동물복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건강'이다. 그러므로 한가지는 확실해졌다. 비건이라는 이름의 좋지 않은 식품을 먹지 않는 것. 즉 비건 라이프에서 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던 친구였던 '비건라면'을 끊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그 자리를 현미밥과 야채 도시락으로 채우기로 했다. 부득이 외식을 할 때도, 밥을 현미밥으로 바꿔서 먹기로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차이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비건버거'를 즐겨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특식으로 비건버거를 찾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비건'일지 모르지만, 콜라, 감자튀김, 밀가루, 소스 등이 함유된 정크푸드임은 분명하다.


좋아하던 비건 버거(참고로 롯데리아와 버거킹에 있습니다.)도 당분간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비건라면, 비건버거를 먹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일부 해산물(조개류, 해삼, 멍게, 오징어 등)으로 채운다.


운동이라는 변수 

이 글을 보면 알 수 있듯, 나는 하루 최소 30분 이상은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거나 집에서 홈트를 한다. 운동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은 2년 정도가 되어 간다.

https://brunch.co.kr/@skytreesea/115


이 글은 비건에 관련한 글이므로, 비건과 운동의 교집합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비건이라도 운동만으로는 건강을 온전히 담보할 수 없다. 나는 일반인 치고는 제법 운동을 빠지지 않고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동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진짜로 운동은 많은 문제를 해결해줬다. 그러나 운동은 절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운동중독이란 이야기를 들을 정도이지만, 높아진 중성지방 수치를 막을 순 없었다. 참고로 혈관 문제가 누적되면 나중에는 심혈관계나 뇌출혈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암보다 무서운게 사실 혈관질환이다.


요컨대,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점만 믿고 식생활이 지저분하면, 그 지저분한 식단 때문에 운동의 좋은 효과가 없어지고도 남는다는 점이다.


운동의 순기능 < 지저분한 식단의 역기능

비건이라고 해도 지저분할 수 있다. 즉, 비건이 깨끗한 식단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고, 비건이 아니라도 깨끗한 식단을 유지할 수는 있다.


나는 가급전 내 식단을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들기로 했으며, 그러기 위해서 비건을 포기했다. 여기서 "그러기 위해서"라는 연결어가 불편한 분이 있을 줄로 안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비건이면서 깨끗한 식단까지 유지하기에는 나는 너무 식욕이 많고, 사회생활을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비건 + 운동"으로도 건강을 지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

나는 항상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오해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때로는 내가 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채식습관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힘들었다. 

알콜, 설탕, 트랜스지방 등 비동물성 식품이 몸에 안 좋다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이것 역시 몸에 대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의사 선생님이라고 해도 1년 동안 비건을 실천해보지 않으면 모를 어떤 것들을 나는 몸으로 경험하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약초의 독성이 있는지 먹어보면서 알아내던 지리학자 훔볼트의 심정이랄까?



여러분도 '좋은 식단'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탕과 조미료가 들어간 가공류 식품들, 튀긴 음식들, 패스트푸드들... 특히 라면(비건라면도 포함해서)


비건이나 채식주의가 아니어도, 좋은 식단을 선택해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한 편식을 선택했다면, 여러분도 저와 같은 플렉시테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플렉시테리안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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