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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Nov 27. 2021

대학원 생활 7년 후 알게 된 것

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이라면 알아야 할 것

대학원생 신분의 서러움을 다룬 영상을 보았다. 


사실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을 나 역시 7년동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할 말이 많다. 


가벼우려면 한없이 가볍게, 무거우려면 한 없이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다. 

내 회사는 그냥 '연구원'은 아니지만, 석박사 연구직이 굉장히 많은 회사이다.

석박사 아닌 일반 티오로 들어온 분들과 이야기 해보면, 그들은 연구직에 대해서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내가 봤을 땐 잘 모른다. 

그들에겐 직장생활 몇 년 해보고, 아 공부나 해볼까 해서 가는 곳이 대학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위 따면 연구직 뭐 별거 아니네, 아무나 다 하는거.. 박사 수료까지는 다들 대충 한다. 그런데 박사논문 써내고 박사 받는 사람은 극소수다. 물론 요즘은 박사논문 자체가 워낙 흔해지기도 했고, 박사논문 쓰는 것을 도와주는 업체도 있다 보니 사실 직장생활하면서 그럴 듯한 박사논문 쓰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에게게.. 저 연구직들이 석박사 학위 있다고 잘난 척하네.. 이런 식의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긴, 뭐, 변호사, 회계사를 보면서도 쟤네들이 뭘 알겠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나는 그 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야 그 자리까지 갈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연구직은 석박사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 출발하다 보니 어휴.. 서러움을 말도 못한다. 각설하고..


여기서 알바 비슷하게 일하는 친구들이 우리 연구직이 디게 좋아보였나 보다(나는 반대로 이런 직장은 일반직으로 들어오는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들 석박사 붐이 불었는지 단체로 대학원 시험을 본다는 거다. 


대학원 가는 게 어떤 의미인 줄은 알고 가냐고 물었다. 웬지 공부한다고 하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학비 조금 들지만, 프로젝트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박사까지 최소 4-5년은 걸리지만, 되고 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대학원이 진짜 무엇인지 그들은 잘 모르고 주변에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대학원에 대해서 여러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일단 하나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니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든, 잘났든 상관없이, 너의 졸업여부는 지도교수가 결정한다. 


이 한 마디면 사실상 대학원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의 목줄은 지도교수가 쥐고 있다. 당신이 벌 수 있었을 돈, 당신이 할 수 있었을 연애, 당신이 받을 수 있었던 존경을 포기하고 학생신분으로 돌아가 학교의 잡일을 하고, 마지막으로 졸업 여부는 지도교수가 결정한다. 그게 대학원이다. 


학생들 입장에선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다. 교수들 보면 좋은 직장처럼 보이고, 좋은 직장인 교수가 되려면 대학원을 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HOW) 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 남들은 20대 중후반부터 돈을 벌면서 미래를 준비하는데, 대학원생인 당신은 돈을 쓰면서(학비)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그래서 예로부터 공부는 집에 돈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거다. 


아니라면? 방법은 있다. 지도교수가 주는 프로젝트, 장학금 등으로 먹고 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거다. 아 그럼 엄청 훌륭한 논문을 쓰겠군요? 아... 논문? 사회에서 그거 관심 없다. 우리나라에서 논문이란 건 말이지.. 너네가 유명한 사람이 되었을 때 표절시비로 깎아내리려고 쓰는 거다. 학문적 가치? 그런 거 없다. 아무도 안본다. 끝. 


그럼 네이쳐, 사이언스 그런 건 뭔가요? 어 그건 학문 맞다. 그러나 니네가 쓰는 학위논문이라는 건 나중에 라면 받침으로 써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무 가치 없는 거다. 나 처럼 그게 대단한 줄 알고 쓰지 말고, 기왕 노예 생활에 들어갔다면, 대충 쓰고 졸업해라. 그게 답이다. 


멀쩡한 직장(그렇게까지 멀쩡하진 않았지만) 그만두고 대학원 간다는 친구가 있어서 위의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 왈,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다는 거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 자신의 신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몇 년의 세월을 바치려고 했다는 거다. 나는 속이 터졌다. 


대학원이 꼭 좋은 곳은 아닐 수 있고, 꼭 나쁜 곳은 아닐 수 있어. 하지만,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간다고? 제 정신이야? 이런 분노와 함께, 뭔가를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마저 들었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약간 이율배반적으로 느낄 수 있겠다. 특히 나의 신상을 아는 분은. 제법 괜찮아보이는 대학원을 나왔고, 괜찮아 보일 수 있는 직장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셨으니 그런 좋은 일을 하는 거죠."


이 때 이런 질문을 생각해봤어야 한다. "그럼 만약 다른 곳에서 일을 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난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을까요?"


후회한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르고 진학한다. 이미 대학원생활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마라. 그 분들은 가스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나 처럼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간다 해도 대학원을 가시겠어요? 


이 질문에 대해서 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들어볼 필요가 있다. 10명에게 물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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